[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겹말 손질 : 깜빡 잊고 건망증
깜빡 잊었다 … 건망증처럼 보였지만
→ 깜빡 잊었다 … 잊은 듯 보였지만
→ 깜빡 잊었다 … 깜빡한 듯했지만
깜빡 : 1. 불빛이나 별빛 따위가 잠깐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모양. 또는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모양. ‘깜박’보다 센 느낌을 준다 2. 눈이 잠깐 감겼다 뜨이는 모양. ‘깜박’보다 센 느낌을 준다 3. 기억이나 의식 따위가 잠깐 흐려지는 모양. ‘깜박’보다 센 느낌을 준다
잊다 : 1. 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 2.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을 한순간 미처 생각하여 내지 못하다 3. 일하거나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어려움이나 고통, 또는 좋지 않은 지난 일을 마음속에 두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다 4. 본분이나 은혜 따위를 마음에 새겨 두지 않고 저버리다 5. 어떤 일에 열중한 나머지 잠이나 끼니 따위를 제대로 취하지 않다
건망(健忘) : 1. 잘 잊어버림 2. [의학] 경험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어느 시기 동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또는 드문드문 기억하기도 하는 기억 장애 = 건망증
생각해 내지 못하거나 떠올리지 못할 적에 ‘잊는다’고 하며, ‘깜빡한다’고도 합니다. “깜빡 잊는다” 같은 말씨는 두 낱말 가운데 하나만 쓰면 됩니다. 보기글은 “깜빡 잊다 + 건망증”으로 썼으니 겹말입니다. ‘건망증’은 털어내고, ‘깜빡질’이나 ‘잊음질’로 손봅니다.
할머니는 자주 깜빡 잊었다. 어떤 날엔 단순한 건망증처럼 보였지만 어떤 날엔 자신이 무엇을 잊었는지도 잊어버렸다
→ 할머니는 자주 깜빡했다. 어떤 날엔 가볍게 잊은 듯 보였지만 어떤 날엔 스스로 무엇을 잊었는지도 잊어버렸다
《나의 두 사람》(김달님, 어떤책, 2018) 140쪽
겹말 손질 : 배영, 누워서 헤엄
배영은 … 누워서 헤엄칩니다
→ 등헤엄은 … 누워서 헤엄칩니다
→ 눕헤엄은 … 누워서 헤엄칩니다
배영(背泳) : [체육] 위를 향하여 반듯이 누워 양팔을 번갈아 회전하여 물을 밀치면서 두 발로 물장구를 치는 수영법 ≒ 등헤엄
우리말로 ‘등헤엄’이 있습니다. 누워서 헤엄치는 몸짓을 가리키는데, 누운 모습이니 ‘눕헤엄’이라 해도 되어요. 이 말씨를 쓰면 “배영 … 누워서 헤엄칩니다” 같은 겹말은 안 쓸 테지요.
배영은 먹이 활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 먹이를 더욱 먹기 쉽도록 몸을 뒤집어서 헤엄칩니다. 또한 막 탈피를 끝내고서 쉴 때도 누워서 헤엄칩니다
→ 등헤엄은 먹이찾기와 얽힙니다 … 더욱 먹기 쉽도록 몸을 뒤집어서 헤엄칩니다. 또한 막 허물벗기를 끝내고서 쉴 때도 누워서 헤엄칩니다
→ 눕헤엄은 먹이찾기와 얽힙니다 … 더욱 먹기 쉽도록 몸을 뒤집어서 헤엄칩니다. 또한 막 허물벗기를 끝내고서 쉴 때도 누워서 헤엄칩니다
《긴꼬리투구새우가 궁금해?》(변영호, 자연과생태, 2018) 89쪽
겹말 손질 : 그냥 무심코
그냥 무심코
→ 그냥
→ 아무 뜻 없이
→ 얼결에
그냥 : 1.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2. 그런 모양으로 줄곧 3.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따위가 없이
무심코(無心-) : 아무런 뜻이나 생각이 없이
‘그냥’은 “아무런 뜻이 없이”를 가리키기도 하기에, 한자말 ‘무심코’하고 뜻이 맞물립니다. “그냥 무심코”라 하면 겹말이니, 둘 가운데 하나만 쓸 노릇입니다. 힘주어 말하려 한다면 “참말로 그냥”이나 “아니 그냥”이라 할 수 있겠지요. 또는 말뜻처럼 “아무 뜻 없이”나 “아무 생각 없이”라 할 만하고, ‘얼결에’나 ‘어쩌다’나 “나도 모르게”나 ‘문득’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그냥 무심코 줄을 선 것뿐이야
→ 그냥 줄을 섰을 뿐이야
→ 어쩌다 줄을 섰을 뿐이야
→ 아무 뜻 없이 줄을 섰을 뿐이야
→ 얼결에 줄을 섰을 뿐이야
→ 나도 모르게 줄을 섰을 뿐이야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1》(아오노 슌주/송치민 옮김, 세미콜론, 2012) 1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