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5
SKY 대학
저는 어린배움터를 여섯 해를 다니면서 늘 놀았습니다. 다달이, 철마다, 틈틈이 치르는 물음풀이(시험)가 그치지 않았지만, 또 물음풀이을 치를 적마다 길잡이(교사)는 몽둥이를 들었지만, 언제나 신나게 뛰놀았습니다. 푸른배움터에 들어가서 새벽부터 밤까지 배움터에 붙들려야 하는 때부터 비로소 열린배움터라는 곳을 그렸습니다. 이때에 둘레에서는 ‘SKY 대학’을 으뜸으로 쳤습니다. 제가 살던 고장에 있는 열린배움터는 아주 밑바닥으로 쳤습니다.
왜 우리 고장에 있는 열린배움터를 밑바닥처럼 여겼을까요? 아무래도 서울이라는 고장이 으뜸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테지요. 우리나라는 열린배움터뿐 아니라 여느 배움터에도 높낮이(등급·계급)가 알게 모르게 있어요. 어떻게든 서울로 가야 한다고 여깁니다. 이러면서 서울에서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세 손가락으로 꼽고, 이 세 곳을 아우르는 이름으로 ‘SKY’라는 영어를 붙입니다.
세 군데 열린배움터를 다니는 사람도 스스로 ‘SKY’라는 이름을 자랑으로 삼는지는 모를 노릇입니다. 연세대에 다니는 학생은 왜 ‘SYK’가 아니냐고 낯을 찡그릴 만합니다. 그런데, ‘SYK’가 아닌 ‘SKY’는 영어로 “하늘”을 가리킵니다. 알파벳으로 이렇게 벌이면서 세 군데 열린배움터는 스스로 “하늘에 올라선다”는 느낌이로구나 싶고, 다른 곳을 밑에 둔다는 느낌이 되네 싶습니다.
우리 삶터에서는 열린배움터가 배움길로 아름다운 곳이라기보다 줄세우기로 붙거나 떨어지는 이름값 같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런 모습을 “하늘에 올라선 곳”처럼 빗대어 ‘SKY’로 쓸 만하겠지요. 다만, 아무리 우리 민낯이 이와 같더라도 이 세 곳한테 수수하게 이름을 붙여 주면 어떨까요. 하늘로 오르지 말고, 수수하게 ‘ㅅㄱㅇ’이나 ‘서고연’이 되면 좋겠습니다. ‘ㄱㅇㅅ·고연서’나 ‘ㅇㅅㄱ·연서고’라 해도 될 테고요. 묶음 이름을 쓰더라도 부디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으면 좋겠습니다. 우쭐거리거나 자랑하지 말고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기를 바라요. ㅅㄴㄹ
그렇게 오랜 시간 공부했으면 SKY 정돈 가 줘야 하는 거 아냐
→ 그렇게 오래 배웠으면 서고연쯤은 가 줘야 하지 않아
→ 그렇게 오래 배웠으면 ㅅㄱㅇ에는 가 줘야 하지 않아
《키친 4》(조주희, 마녀의책장, 2010) 25쪽
SKY 대 중심 또는 서울 중심의 서열화 구조
→ ㅅㄱㅇ 복판 또는 서울바라기로 줄세우기
→ ㅅㄱㅇ을 바탕으로 서울바라기 줄세우기
《더불어 교육혁명》(강수돌, 삼인, 2015) 363쪽
이 버스의 종점은 SKY입니다
→ 이 버스는 서고연 길입니다
→ 이 버스는 ㅅㄱㅇ으로 갑니다
→ 이 버스는 ㅅㄱㅇ까지 갑니다
《너도바람꽃》(조재형, 한티재, 2019) 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