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6 며느리배꼽·며느리밑씻개

2021.03.29 20:36:09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6

며느리배꼽·며느리밑씻개

 

  총칼수렁(일제강점기) 무렵부터 잘못 옮긴 이름이 퍼지는 바람에 아직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풀 가운데 ‘며느리배꼽’하고 ‘며느리밑씻개’가 있습니다. 나라와 겨레마다 숱한 이야기가 있기에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의 밑씻개(ママコノシリヌグイ)’ 같은 이름을 쓸는지 모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굳이 ‘며느리밑씻개’로 쓸 까닭이 없고, 이 풀과 비슷하면서 다른 풀을 놓고 ‘며느리배꼽’으로 쓸 일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 나라에 없던 일본 풀이름인 만큼 억지스레 ‘며느리가 밑을 씻는 이야기’라든지 ‘며느리 배꼽하고 얽힌 이야기’를 지어야 하지도 않습니다.

 

  한겨레는 한겨레대로 오랜 나날 이 땅에서 흙을 일구고 살면서 숱한 풀에 다 다른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본 풀꽃님(식물학자)이 붙인 풀이름을 따서 ‘며느리배꼽’처럼 쓸 까닭이 없이 ‘사광이풀’이나 ‘참가시덩굴여뀌’ 같은 이름을 고이 물려받아서 쓰면 됩니다. ‘며느리밑씻개’ 같은 이름을 사납게 쓸 일이 없이 ‘사광이아재비’나 ‘가시덩굴여뀌’ 같은 이름을 살뜰히 이어받아서 쓰면 돼요.

 

  어른이 보는 풀책(식물도감)이든 어린이가 보는 그림책이나 글책이든, 제 이름을 제대로 적어 넣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어린이가 읽을 글을 쓰는 어른은 생각을 슬기롭게 키우고 살찌우도록 말밑과 말결을 더 살펴야 합니다. ㅅㄴㄹ

 


말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 / 며느리배꼽이나 노루귀 같은 예쁜 말만 키워 / 입 밖으로 내보낼래요
→ 말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 / 사광이풀이나 노루귀 같은 예쁜 말만 키워 / 입 밖으로 내보낼래요
→ 말도 풀이라고 생각할래요 / 참가시덩굴여뀌나 노루귀 같은 예쁜 말만 키워 / 입 밖으로 내보낼래요
《프라이팬을 타고 가는 도둑고양이》(김륭, 문학동네, 2009) 42쪽

숲노래 글쓴이 hbooklov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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