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어린 소년
어린 소년에게는
→ 어린이한테는
→ 아이한테는
소년(少年) : 1.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아니한 어린 사내아이 2. 젊은 나이. 또는 그런 나이의 사람 3. [법률] 소년법에서, 19세 미만인 사람을 이르는 말
나이가 어리다 싶은 사람을 한자말로 ‘소년’이라 하기에 “어린 소년”이라 하면 겹말입니다. 우리말 ‘아이’나 ‘어린이’를 쓰면 겹말에 휘둘릴 일이 없습니다.
어린 소년에게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취미였다
→ 어린이한테는 무척이나 끌리는 놀이였다
→ 아이한테는 무척이나 신나는 놀잇감이었다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도널드 스터록/지혜연 옮김, 다산기획, 2012) 88쪽
겹말 손질 : 액면 그대로
액면 그대로 믿으려
→ 그저 그대로 믿으려
→ 그대로 믿으려
액면(額面) : 1. 편액(扁額)의 겉면 2. 말이나 글로 표현된 사실이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경제] 화폐, 유가 증권 따위의 앞면 4. [경제] = 액면 가격
그대로 : 1. 변함없이 그 모양으로 2. 그것과 똑같이 3. 그 자체 4. 그것과 똑같은 것
한자말 ‘액면’은 “드러난 대로”를 가리킵니다. ‘그대로’를 가리키지요. “액면 그대로”는 겹말입니다. 우리말 ‘그대로’ 한 마디만 쓰면 넉넉합니다.
냉혹한 사회는 그의 진실을 액면 그대로 선뜻 믿으려 하지 않았다
→ 차가운 삶터는 그이 속내를 그저 그대로 선뜻 믿으려 하지 않았다
→ 차디찬 나라는 그이 참뜻을 그대로 선뜻 믿으려 하지 않았다
《사회부 기자》(이상현, 문리사, 1977) 39쪽
그는 히틀러의 다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였다
→ 그는 히틀러 다짐을 말 그대로 풀이하였다
→ 그는 히틀러가 한 다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막스 플랑크》(존 L.하일브론/정명식·김영식 옮김, 민음사, 1992) 167쪽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어딨어요
→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딨어요
→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떡해요
《푸른 꽃 2》(시무라 타카코/오주원 옮김, 중앙북스, 2010) 16쪽
겹말 손질 : 앉아서 좌식생활
마루에 앉아 좌식생활을 하는데
→ 마루에 앉아서 지내는데
→ 마루에서 앉음살이를 하는데
좌식(坐式) : 방과 마루 따위의 바닥에서 일하게 된 방식
앉아서 지낼 적에는 ‘앉음살이’라 하면 됩니다. 앉아서 지내는 일을 굳이 한자로 ‘좌식생활’처럼 적으려 하니 “앉아 좌식생활을 하는데” 같은 겹말이 불거져요. 수수하게 “앉아서 지내는데”라 해도 되고, ‘바닥살이’처럼 새말을 지어도 어울립니다.
주로 온돌방이나 마루에 앉아 좌식생활을 하는데
→ 으레 온돌칸이나 마루에 앉아서 지내는데
→ 흔히 온돌칸이나 마루에서 앉음살이를 하는데
《선생님, 건축이 뭐예요?》(서윤영·김규정, 철수와영희, 2020) 78쪽
겹말 손질 : 자연발생설 저절로
오타 자연발생설을 … 저절로 생기는 게 틀림없다
→ 저절로 틀린다고 … 틀림없이 저절로 틀린다
→ 저절로 어긋난다고 … 틀림없이 저절로 어긋난다
자연발생설(自然發生說) : [생명] 생물은 무생물에서 저절로 생겨 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학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많은 학자가 믿어 왔으나 파스퇴르의 실험으로 부정되었다
저절로 생겨난다고 하는 일을 굳이 ‘자연발생설’처럼 한자말로 담는데, ‘저절로길’처럼 풀어낼 만합니다. 보기글은 “오타 자연발생설을. 오타는 어디선가 저절로 생기는”처럼 쓰기에 겹말입니다. ‘틀린글’은 “저절로 생긴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나는 믿는다. 오타 자연발생설을. 오타는 어디선가 저절로 생기는 게 틀림없다
→ 나는 믿는다. 저절로 틀린다고. 어디선가 틀림없이 저절로 틀린다
→ 나는 믿는다. 저절로 어긋난다고. 어디선가 틀림없이 저절로 어긋난다
《책갈피의 기분》(김먼지, 제철소, 2019) 1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