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숲마실 ― 서울 〈카모메그림책방〉

2022.04.23 20:30:26

[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숲노래 책숲마실

― 서울 〈카모메그림책방〉

어느 나라에나 말놀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말놀이가 오래이고 깊어요. 다만 우리 말놀이는 조선을 거치고 일본이 총칼로 억누른 나날에다가 한겨레끼리 피를 튀기는 싸움을 지나면서 거의 자취를 감춥니다. 모든 말놀이는 그 나라에서 수수하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즐겁게 사랑하는 눈빛을 밝히는 마음으로 문득문득 짓고 엮어서 들려주는 노래입니다.

우리는 조선 무렵에 중국을 섬기는 바보짓을 아주 끔찍하게 했습니다. 일본이 앞세운 총칼에 무너지며 스스로 넋을 잃었고, 이윽고 한겨레끼리 사납게 미워하며 부라리더니, 남북녘 모두 사납빼기(독재자)가 우두머리 노릇을 오래오래 하는 동안 숱한 사람들이 꼭두각시나 허수아비로 굴러떨어졌어요.

 

한자나 영어는 이런 글을 짓고 엮은 이웃나라 사람들 넋을 그 나라 나름대로 담아내는 말을 그리는 무늬입니다. 우리말은 우리가 스스로 사랑하여 낳은 아이를 기쁘게 맞이하고 즐거이 돌보는 길에 새롭게 짓고 엮은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말다운 우리말을 아주 잊거나 잃었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날에는 ‘무늬만 한글’인 뒤죽박죽 말씨가 몹시 번져요.

끈을 끊는다고 하지요. 말밑은 ‘끄’인데 받침이 ‘ㄴ’하고 ‘ㄶ’으로 갈리니 결이 확 달라요. 받침을 ‘ㅌ’으로 해도 사뭇 다릅니다. “끈을 끊으면 끝” 같은 말놀이는 우리말로 빛내는 노래예요. 이런 말놀이는 이웃나라 사람한테 어리둥절하겠지요. “끝은 끄트머리에 있어”나 “끝장을 보면 끝나”도 재미있어요.

지난 이태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미리맞기(백신) 탓에 아팠고 죽었습니다. 우리는 왜 몸에 빛물이 아닌 죽음물(화학조합물)을 넣어야 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두려워하거나 꺼리면서 삶과 살림과 숲과 사랑을 왜 등지려 했을까요.

 

배움터(학교)하고 배움책(교과서)은 미리맞기(백신)를 닮습니다. 삶터(사회)에서 살아남자면 배움끈(학력·졸업장)이 있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숱한 어린이책은 삶책·살림책·숲책·사랑책이 아닌 ‘학습보조교재’입니다. ‘만화 아닌 학습만화’가 판치듯 ‘삶길 아닌 자기계발서’가 물결쳐요.

겉훑기를 끊고서 속빛으로 가는 끈을 이어야지 싶습니다. 겉치레를 끝장내고서 속마음을 나누는 댕기를 여미어야지 싶습니다. 작은아이랑 〈카모메그림책방〉으로 찾아옵니다. 두걸음째인데 골목에서 헤맸습니다. 헤맸지만 작은아이는 곳곳에 덜 녹은 눈을 밟으며 신나게 놀듯 골목을 누렸어요. 큰길이 아닌 작은길이니 아이하고 이야기하며 천천히 찾아왔고, 책을 주섬주섬 꾸러미에 담았습니다.

ㅅㄴㄹ

《하늘에서 돌이 쿵!》(존 클라센 글·그림/서남희 옮김, 시공주니어, 2021.9.5.)

《개와 웃다》(마루야마 겐지 글/고재운 옮김, 바다출판사, 2016.5.6.)

《나와 태양의 배》(나카반 글·그림/이은주 옮김, 봄볕, 2021.12.7.)

《집 안에 무슨 일이?》(카테리나 고렐리크 글·그림/김여진 옮김, 올리, 2021.3.26.)

《너무 너무 졸려요》(모리야마 미야코 글·사노 요코 그림/김정화 옮김, 도토리나무, 2020.11.5.)

《발명가 매티》(에밀리 아놀드 맥컬리 글·그림/김고연주 옮김, 비룡소, 2007.2.6.)

《사루비루사》(스즈키 코지 글·그림, 어린이아현, 2013.10.5.)

숲노래 글쓴이 hbooklov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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