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말빛
곁말 44 어울길
푸른배움터에 들어가는 1988년 즈음에 ‘문화의 거리’란 말을 처음 들었지 싶어요. 더 앞서부터 이런 이름을 썼을는지 모르나 서울에서 놀이마당(올림픽)을 크게 편다면서 나라 곳곳에 ‘문화·예술’을 붙인 거리를 갑작스레 돈을 부어서 세웠고, 인천에도 몇 군데가 생겼어요. 그런데 ‘문화의 거리’나 ‘예술의 거리’란 이름을 붙인 곳은 으레 술집·밥집·옷집·찻집이 줄짓습니다.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리는 길거리이기 일쑤예요. 즐겁게 먹고 기쁘게 마시고 반갑게 쓰다가 푸른빛으로 돌아가도록 내놓으면 나쁠 일은 없되, 돈이 흥청망청 넘치는 노닥질에 ‘문화·예술’이란 이름을 섣불리 붙이면 안 맞기도 하고 엉뚱하구나 싶어요. 먹고 마시고 쓰며 노는 곳이라면 ‘놀거리’나 ‘놀잇길·놀잇거리’라 하면 됩니다. 우리 삶을 밝히면서 이웃하고 새롭게 어우러지면서 차근차근 살림을 북돋우는 길거리를 펴고 싶다면 ‘어울길·어울거리·어울골목’이나 ‘어울림길·어울림거리·어울림골목’ 같은 이름을 붙일 만해요. 살림하고 삶이 어우러지는 어울길이에요. 춤이며 노래가 어우러지는 어울골목이에요. 책이며 그림을 아이어른 누구나 즐기며 어우러지는 어울거리예요. 곁에 멧새랑 풀벌레랑 숲짐승이 나란히 있으면 짙푸를 테고요. ㅅㄴㄹ
어울길 (어울리다 + 길) : 어울리는 길. 여러 이야기·살림·삶·이웃·놀이·노래·춤·책·그림 들을 한자리에서 누구나 함께 누리면서 어울리거나 어우러지는 길. (= 어울거리·어울골목·어울림길·어울림거리·어울림골목. ← 문화의 거리, 문화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