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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국어사전 3 말을 새롭게 살릴 낱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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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말을 새롭게 살릴  낱말책
[오락가락 국어사전 3] ‘손매’를 북돋아 ‘살림맛’ 키우는 ‘단말’


  말을 살리는 길이란 어렵게 여기면 어렵지만, 쉽게 여기면 쉽습니다. 소꿉놀이를 하듯이 소꿉말부터 찬찬히 살펴서 하나씩 가꾸는 말맛을 북돋우면 되어요. ‘맛매’라는 낱말이 먹을거리에서 누리는 맛뿐 아니라 사람 됨됨이를 나타내는 자리로도 말결을 넓힐 수 있듯이, 차근차근 말맛을 살리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맛을 잘 살리면 살림살이에서는 살림맛이 나고,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사랑맛이 피겠지요.


맛매 : = 풍미(風味)
풍미(風味) : 1. 음식의 고상한 맛 ≒ 맛매 2.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 됨됨이


  ‘맛매’라는 낱말을 잘 살리도록 뜻풀이를 손질해야겠습니다. ‘풍미 → 맛매’처럼 다루고, ‘맛매’에 뜻풀이를 붙일 뿐 아니라, 이러한 낱말을 바탕으로 새 낱말을 짓는 틀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맵시”를 나타내는 ‘-매’를 붙여 ‘눈매·손매·몸매·옷매’처럼 쓰니, 이밖에도 여러 새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교목(喬木) : [식물]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가 8미터를 넘는 나무. 수간(樹幹)과 가지의 구별이 뚜렷하고, 수간은 1개이며, 가지 밑부분까지의 수간 길이가 길다. 소나무, 향나무, 감나무 따위가 있다 ≒ 큰키나무
큰키나무 : [식물] = 교목(喬木)


  뜻풀이는 ‘큰키나무’에 붙여야 올바릅니다. 키가 작은 나무 가운데 ‘떨기나무’가 있는데, ‘작은키나무’라는 낱말을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나무를 비롯해서 꽃하고 풀을 놓고도 ‘큰꽃·작은꽃’하고 ‘큰풀·작은풀’처럼 쓸 수 있어요. ‘큰길·작은길’이나 ‘큰이·작은이’도 좋습니다. 말짜임을 살릴 수 있는 낱말책이기를 바랍니다.


고언(苦言) : 듣기에는 거슬리나 도움이 되는 말 ≒ 고어(苦語)·쓴소리
고어(苦語) : = 고언(苦言)
쓴소리 : = 고언(苦言)


  듣기에 쓰다 싶은 소리란 ‘쓴소리’입니다. 듣기에 쓰다 싶은 말이란 ‘쓴말’입니다. 글을 놓고는 ‘쓴글’이라 하면 여러모로 어울립니다. ‘고언·고어’는 이제 털어낼 만합니다. 반가이 알맞게 내려서 ‘단비’라면, 반갑지 않게 내려 마을을 휩쓰는 비일 적에는 ‘쓴비’라 해도 됩니다.


고읍(古邑) : 1. 옛 읍 ≒ 구읍(舊邑) 2. 옛날에 군아(郡衙)가 있던 곳
옛읍 : x
옛고장 : x
옛고을 : x
옛마을 : x


  오래된 읍이면 ‘옛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옛고을·옛고장·옛마을’이라 해도 되고요. “옛 읍”이라면 ‘옛읍’이라 하면 되기에, 굳이 ‘고읍’이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나저나 낱말책에는 ‘옛-’을 붙인 우리말이 턱없이 적습니다. ‘옛고을·옛고장·옛마을’을 실어서 쓰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기생(寄生): 1. [생물] 서로 다른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며,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이 해를 입고 있는 일. 또는 그런 생활 형태 2. 스스로 생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의지하여 생활함. ‘더부살이’로 순화
더부살이: 1. 남의 집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해 주고 삯을 받는 일. 또는 그런 사람 2. 남에게 얹혀사는 일 3. 나무나 풀에 기생하는 식물


  ‘더부살이’로 고쳐쓸 한자말인 ‘기생’이라면 ‘기생’에 뜻풀이를 안 붙이면 됩니다. 그런데 낱말책을 보면 ‘더부살이 3’에 “기생하는 식물”이라고 풀이하기도 합니다. 굳이 이렇게 돌림풀이를 할 까닭은 없습니다. “더부살이 3 : 다른 나무나 풀에 붙거나 기대어 사는 나무나 풀”처럼 뜻풀이를 손질해 줍니다.


이화(梨花) : = 배꽃
배꽃 : 배나무의 꽃 ≒ 이화(梨花)
도화(桃花) : = 복숭아꽃
복숭아꽃 : 복사나무의 꽃 ≒ 도화(桃花)·복사꽃


  배에 꽃이 피면 ‘배꽃’입니다. 한자로 ‘이화’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복숭아에 꽃이 피면 ‘복숭아꽃’입니다. 한자로 ‘도화’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리고 낱말책 뜻풀이에 “배나무의 꽃”이나 “복사나무의 꽃”처럼 ‘-의’를 얄궂게 붙이는데, “배나무에 핀 꽃”이나 “복사나무에 핀 꽃”으로 손질해야겠습니다.


어감(語感) : 말소리나 말투의 차이에 따른 느낌과 맛. ‘말맛’으로 순화
말맛 : = 어감


  말에서 느끼는 맛은 ‘말맛’입니다. 낱말책 뜻풀이가 얄궂게 붙습니다. ‘말맛’으로 고쳐쓸 한자말에는 뜻풀이를 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맛’을 새롭게 살려서 ‘글맛·책맛·노래맛·발맛·삶맛·살림맛·배움맛·마실맛’처럼 얼마든지 쓸 만합니다.


언피해 : ×
동해(凍害) : 농작물 따위가 추위로 입는 피해. ‘언 피해’로 순화


  “언 피해”로 고쳐쓰기보다는 ‘언피해’ 같은 낱말을 새로 지으면 되겠지요. 우리말하고 한자말을 더하는 새말도 지을 수 있습니다. 더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언맛’이나 ‘언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언맛을 보았다”나 “언매를 맞았다”처럼 말이지요. ‘언벼락·얼음벼락’이라 해도 될 테고, ‘언 + 매(몽둥이)’ 얼개처럼 ‘얼음 + 매’ 같은 새말을 지어도 어울립니다.


설산(雪山) : 1. 눈이 쌓인 산 ≒ 눈산·옥산(玉山) 2. [불교] 불교 관련 서적 따위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달리 이르는 말 ≒ 설옹산
눈산(-山) : 1. = 설산 2. 눈이 많이 쌓여 산처럼 된 것
눈메 : x
눈뫼 : x


  눈이 쌓였으니 ‘눈산’이라 하면 되고, ‘눈메·눈뫼’라 하면 됩니다. 눈은 ‘눈’이라 하면 되고, 산이나 메는 ‘산·메’라 하면 됩니다. 우리말을 알맞게 빚어서 낱말책에 차곡차곡 담아야겠습니다.


장일성(長日性) : [식물] 한해살이풀에서 일조 시간이 길어지면 꽃이 피는 성질. 상추, 시금치 따위가 있다
일조(日照) : 햇볕이 내리쬠. ‘볕 쬠’으로 순화
해바라기 : 추울 때 양지바른 곳에 나와 햇볕을 쬐는 일


  해를 오래 받기를 좋아한다면 이때에는 ‘해바라기·볕바라기’로 손볼 만합니다. 해를 짧게 받고 한동안 그늘이 지기도 해야 꽃이 핀다고 할 적에는 ‘단일성(短日性)’보다는 ‘그늘바라기’라고 하면 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