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오락가락 국어사전’은 국어사전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낱말풀이를 살피면서 잘못되거나 엉뚱하거나 뒤틀리거나 엉성하구나 싶은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추스르거나 바로잡거나 고쳐야 우리말꽃을 살찌울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꼭지입니다.
하얗게 어루만지는 한 마디
[오락가락 국어사전 4] ‘흰-’은 없고 ‘백(白)-’만 있구나
우리말꽃 올림말이 대수롭다고 할 수 없으면서도 대수롭습니다. 우리말꽃에 올라야 쓸 만한 낱말은 아니되, 우리말꽃에 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결 널리 쓰는 기틀이 생깁니다. ‘흰-’은 올림말로 없고 ‘백(白)-’만 올림말로 있다면, 우리말을 다룬다는 낱말책이 오히려 우리말을 등지거나 멀리한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채전(菜田) : = 채소밭
채소밭(菜蔬-) : 채소를 심어 가꾸는 밭 ≒ 남새밭·전포(田圃)·채소전·채전(菜田)·포전(圃田)·포지(圃地)
남새밭 : = 채소밭
채소를 심으면 채소밭일 테고, 남새를 심으며 남새밭일 테지요. 그런데 우리말 ‘남새밭’을 “= 채소밭”으로 다루는 풀이는 알맞지 않구나 싶습니다. ‘채전·채소밭’을 “→ 남새밭” 처럼 다루어야지 싶어요.
서가(書架) : 문서나 책 따위를 얹어 두거나 꽂아 두도록 만든 선반 ≒ 삽가·서각(書閣)·책시렁
책시렁(冊-) : = 서가(書架)
책을 놓은 시렁이라면 ‘책시렁’입니다. 이를 굳이 ‘서가’라는 한자말로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말풀이도 이와 같고요. ‘서가 → 책시렁’으로 다루고 ‘책시렁’을 풀이할 노릇입니다.
백사장(白沙場) : 강가나 바닷가의 흰모래가 깔려 있는 곳 ≒ 백모래밭
백모래밭(白-) : = 백사장
흰모래밭 : [북한어] ‘백모래밭’의 북한어
흰모래가 깔린 곳이라면 ‘흰모래밭’이지만, 낱말책은 북녘말로만 다룹니다. 낱말책 올림말은 ‘백사장’일 뿐 아니라, ‘백모래밭’이 있기도 합니다. ‘백모래밭’은 덜어내고 ‘백사장 → 흰모래밭’으로 고쳐야지 싶습니다.
백(白)- : ‘흰’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흰- : x
낱말책에 ‘흰-’을 따로 안 올렸군요. 이러다 보니 ‘흰모래밭’ 같은 낱말을 알맞게 다루는 길이 없는 셈입니다. ‘흰’을 뜻하는 앞가지는 한자 ‘백(白)’이 아닌 ‘흰-’으로 올려야 마땅합니다.
백합(白蛤) : [동물] 백합과의 조개. 껍데기는 길이가 8.5cm, 높이가 6.5cm, 폭이 4cm 정도이다. 흰빛을 띤 잿빛 갈색에 붉은 갈색의 세로무늬가 있고 매끄러우며 안쪽은 희다. 식용하며 껍데기는 바둑돌이나 물감 따위의 재료로 쓴다 ≒ 대합(大蛤)·대합조개·마당조개·무명조개·문합(文蛤)·화합(花蛤)
마당조개 : [동물] = 백합(白蛤)
무명조개 : [동물] = 백합(白蛤)
흰빛인 조개라면 ‘흰조개’라 히먄 됩니다. 그런데 ‘백합’이라는 조개는 다른 이름이 있으니 ‘마당조개·무명조개’입니다. 이러한 여러 이름을 알맞게 쓰도록 이끌어야지 싶습니다. 낱말책에 나오는 다른 한자말 이름은 털어낼 노릇입니다.
저음(低音) : 1. 낮은 소리 ≒ 낮은음
낮은음(-音) : = 저음(低音)
낮은소리 : x
소리가 낮을 적에는 ‘낮은소리’라 하면 되고, 클 적에는 ‘큰소리’라 하면 됩니다. 이를 한자로 옮긴 ‘저음’만 올림말로 삼은 모습은 알맞지 않습니다.
체질(體質) : 1.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몸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질 ≒ 몸바탕 2. 조직 따위에 배어 있는 성질
몸바탕 : = 체질(體質)
‘체질’하고 비슷한말로 ‘몸바탕’을 붙이지만, 정작 ‘몸바탕’에는 풀이가 없이 ‘체질’하고 같은 낱말로 다룹니다. 예부터 ‘몸바탕’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까요? 말을 제대로 살리는 결을 낱말책이 잘 다루어야겠습니다.
동사(凍死) : 얼어 죽음
얼어죽다 : x
얼어서 죽으니 ‘얼어죽다’라 하면 됩니다. 이를 한자로 옮긴 ‘동사’만 올림말이 되어야 할 까닭이란 없습니다. 더 따져 본다면 ‘동사’ 같은 한자말은 아예 털어낼 만합니다.
전력(全力) : 모든 힘
전력(專力) : 오로지 한 가지 일에 온 힘을 다함
온힘 : x
‘모든’하고 ‘온’은 뜻이 맞물려요. 그래서 “모든 힘 = 온 힘”이라 할 만하지요. 그렇지만 낱말책에 ‘온힘’은 없이 한자말 ‘전력’이 두 가지 나오는데, ‘온힘’을 올림말로 삼으면서 두 가지 뜻을 나타내도록 하면 됩니다. ‘온-’이 앞가지가 되어 ‘온힘·온몸·온마음’처럼 알맞게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량(假量) : ‘정도’를 뜻하는 접미사
정도(程度) : 1. 사물의 성질이나 가치를 양부(良否), 우열 따위에서 본 분량이나 수준 ≒ 정한(程限) 2. 알맞은 한도 3. 그만큼가량의 분량
-쯤 : ‘정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가량’은 ‘정도’를 뜻한다고 하는데, 우리말 ‘쯤’이 바로 ‘정도’를 뜻한다지요. 이는 ‘가량·정도’ 모두 ‘쯤’으로 고쳐쓰면 된다는 뜻입니다. 낱말책 말풀이도 이 얼거리를 살펴서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