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한겨레 우리말’은 우리가 늘 쓰면서 막상 제대로 헤아리지 않거나 못하는 말밑을 찬찬히 읽어내면서, 한결 즐거이 말빛을 가꾸도록 북돋우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 말밑을 우리 삶터에서 찾아내어 함께 빛내려는 이야기입니다.
한겨레 우리말
― 샘, 새롭게 솟는 빛
어린이를 마주하는 어른 가운데, 어린이를 가르치는 어른이 가장 많지 싶습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어른을 우리말로 ‘스승’이라 했는데, 일본이 총칼나라가 되어 이 땅으로 쳐들어온 뒤부터 한자말 ‘교사’를 부쩍 썼고, 일본사람이 흔히 쓰는 말씨인 한자말 ‘선생’에 ‘-님’을 붙인 ‘선생님’을 대단히 널리 씁니다.
배움터를 보면 ‘담임 선생님·보건 선생님·사서 선생님·급식 선생님·체육 선생님·음악 선생님·교감 선생님·교장 선생님……’ 끝없이 ‘선생님’ 타령이 되어요. 한자말 ‘선생’은 “먼저 태어났다”를 뜻할 뿐이고, 일본에서는 살짝 높이는 말씨로 삼아서 붙입니다.
우리는 예전에는 그냥 ‘어른’이라 했어요. 따로 어느 일을 배울 적에 ‘스승’이라고도 했습니다만, “무슨 어른”이라 하면서 그분이 잘하거나 도맡는 일감을 앞에 붙여서 나타냈지요. 배움터에서도 수수하게 ‘어른’이란 말씨를 쓸 만해요. 또는 ‘님’을 붙여도 좋아요.
샘. 샘님.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상도에서는 이 고장 말씨로 흔히 ‘샘·샘님’을 씁니다. 언뜻 본다면 ‘선생·선생님’을 줄여서 보드라운 말씨로 이르는 ‘샘·샘님’이지만, 곰곰이 본다면, ‘샘·샘님’이란 이름을 듣다 보면 골짜기에서 비롯하는 맑고 시원하며 싱그러운 물줄기가 떠올라요.
우리는 어느 말이든 쓸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쓰는 말에 뜻이나 결을 새롭게 붙일 수 있어요. 소리가 같으면서 다른 ‘눈’이나 ‘비’라는 낱말이 있어요. 소리는 같되 뜻은 다른 까닭을 보면, 쓰임새를 넓힐 뿐 아니라 삶을 한결 깊이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어린이도 어른도 ‘샘·샘님’이란 낱말을 함께 쓰면 어떨까요? 그래서 두 낱말을 놓고서 뜻풀이를 새롭게 붙여 봅니다.
샘(샘님) : 숲이나 멧골에서 비롯하여 온누리를 시원하고 포근하며 새롭게 적시고 돌보는 물줄기처럼, 누구라도 슬기롭고 상냥하게 가르치면서 스스로 새롭게 배울 줄 아는 몸짓이 되고, 언제나 부드럽고 너그러운 품이 되어 즐거이 앞장서고 먼저 살림을 지어서 익힌 하루를, 차근차근 이야기로 들려주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이란, 먼저 배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배우는 사람이란, 즐겁게 맞아들여서 저보다 어리거나 여린 동무하고 이웃한테 넉넉히 가르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가르치기에 배우고, 배우기에 가르쳐요. 마치 샘물 같습니다. 끝없이 솟아서 맑게 흐르는 샘물이기에 온누리를 푸르게 적셔요. 샘물 같은 사람이라면 어린이한테뿐 아니라 어른 사이에서도 생각을 살찌우고 마음을 북돋우는 사랑스러운 삶을 나누겠지요.
즐겁게 배우고 무럭무럭 자라면서 샘물 같은 어른이 될 어린이로 오늘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즐겁게 배운 살림을 동무나 동생이나 이웃하고 넉넉히 나눌 줄 아는 듬직하고 의젓한 어른으로 나아갈 어린이로 하루를 지으면 좋겠어요.
새롭게 솟는 물줄기처럼, 새롭게 솟는 마음이요 빛이요 꿈입니다. 샘님이란, 생글생글 웃음꽃으로 이야기를 펴고 가르치는 어른입니다. 샘님이란, 새록새록 맞아들일 새로운 이야기잔치를 열고 함께하는 어른입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