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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날 이레말 - 겹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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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겹말 손질 : 고요한 정적 속에서 조용히


고요한 정적 속에서 조용히
→ 고요한 곳에서
→ 고요히

 

고요하다 : 1. 조용하고 잠잠하다 2. 움직임이나 흔들림이 없이 잔잔하다
정적(靜寂) : 고요하여 괴괴함
괴괴하다 : 쓸쓸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고요하다
조용하다 :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고요하다


  ‘고요하다’하고 ‘조용하다’를 나란히 쓰면서 겹말이 되기도 하지만, 두 낱말 사이에 한자말 ‘정적’까지 넣으니 겹겹말이 됩니다. ‘고요하다’하고 ‘조용하다’가 서로 어떤 결인 낱말인지 또렷이 알지 못한 탓에 이처럼 겹말을 쓰는구나 싶습니다. 두 낱말 가운데 하나만 골라서 쓸 노릇입니다. 소리도 몸짓도 없기에 ‘고요하다’요, 소리도 몸짓도 매우 낮기에 ‘조용하다’입니다.


어둡고 깊은 밤 고요한 정적 속에서 조용히 산짐승들의 휴식처가 되었을 때
→ 어둡고 깊은 밤 고요한 곳에서 산짐승 쉼터가 되었을 때
→ 어둡고 깊은 밤 고요히 산짐승 쉼터가 되었을 때
《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 52쪽

 

겹말 손질 : 부르다 칭하다


비자나무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 할아버지라고 칭하지 않아도
→ 비자나무 할아버지라고 한다 … 할아버지라고 하지 않아도
→ 비자나무 할아버지라고 한다 … 할아버지라고 말하지 않아도

 

부르다 : 10. 무엇이라고 가리켜 말하거나 이름을 붙이다
칭하다(稱-) : 무엇이라고 일컫다


  이름을 소리내어 말할 적에 ‘부르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어머니가 너를 부르더라”처럼 써요. “난 널 이제부터 동무라고 부를게”처럼 쓰고요. 풀이나 꽃이나 나무한테 이름을 붙일 적에는 ‘부르다’가 아닌 ‘가리키다’나 ‘하다’나 ‘말하다’나 ‘이르다’나 ‘일컫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보기글은 나무를 바라보면서 “비자나무 할아버지라고 부른다”라 적었기에 어긋납니다. 이러면서 ‘칭하다’란 외마디 한자말을 나란히 쓰는데, 앞뒤 모두 ‘하다’로 고쳐씁니다. 또는 뒤쪽은 ‘말하다’나 ‘이르다’로 고쳐씁니다.


제일 큰 나무를 비자나무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굳이 할아버지라고 칭하지 않아도
→ 가장 큰 나무를 비자나무 할아버지라고 한다. 굳이 할아버지라고 하지 않아도
→ 가장 큰 나무를 비자나무 할아버지라고 한다. 굳이 할아버지라고 말하지 않아도
→ 가장 큰 나무를 비자나무 할아버지라고 한다. 굳이 할아버지라고 이르지 않아도
《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 74쪽

 

겹말 손질 : 정면으로 직진


정면으로 직진해서 올라가면
→ 바로 올라가면
→ 곧장 올라가면

 

정면(正面) : 1. 똑바로 마주 보이는 면 2. 사물에서, 앞쪽으로 향한 면 3. 에두르지 아니하고 직접 마주 대함
직진(直進) : 곧게 나아감
똑바로 : 1.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곧게 2. 틀리거나 거짓 없이 사실대로


  ‘똑바로’ 보거나 간다고 해서 ‘정면’이고 ‘직진’입니다. “정면으로 직진해서”는 겹말이에요. 두 한자말 모두 털어내고서 ‘바로’나 ‘똑바로’나 ‘곧바로’나 ‘곧장’ 같은 우리말을 쓰면 됩니다.


정면으로 직진해서 올라가면 엄나무가 유독 많은 곳이 나온다
→ 바로 올라가면 엄나무가 남달리 많은 곳이 나온다
→ 곧장 올라가면 엄나무가 두드러지게 많은 곳이 나온다
→ 곧바로 올라가면 엄나무가 무척 많은 곳이 나온다
《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 82쪽

 

겹말 손질 : 전선줄


전선줄
→ 전깃줄
→ 빛줄

 

전선줄(電線-) :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도체(導體)로서 쓰는 선 = 전선
전선(電線) :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도체(導體)로서 쓰는 선 ≒ 전기선·전깃줄·전선줄·전신선·전신줄


  낱말책에 ‘전선줄’이 나옵니다만, ‘전선 = 전깃줄’인 터라 ‘전선줄 = 전깃줄줄’인 꼴입니다. ‘전깃줄’로 고쳐쓸 노릇이고, ‘전선줄’은 낱말책에서 털어야지요. 더 헤아린다면 ‘빛줄’로 풀어낼 만해요. 빛줄을 잇도록 땅에 박은 대는 ‘빛줄대’라 할 수 있습니다.


전봇대와 전선줄이 보기 싫었다
→ 빛줄대와 빛줄이 보기 싫었다
《안녕, 동백숲 작은 집(하얼과 페달, 열매하나, 2018) 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