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
희망소비자가격·권장소비자가격
‘소비자가격(消費者價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비하는 사람(소비자)이 어떤 것을 살 적에 내는 값(가격)”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 샛밥 자루(과자 봉지)부터 자동차나 집까지 ‘소비자가격’이 붙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샛밥이나 빵이나 세간을 보면 ‘희망소비자가격’이나 ‘권장소비자가격’이라는 말이 붙기도 해요. 말뜻 그대로 “희망하는 소비자가격”이요, “권장하는 소비자가격”인 셈입니다.
‘희망(希望)하다’는 “바라다”를 뜻합니다. ‘권장(勸奬)하다’는 “권하여 장려하다”를 뜻하고, ‘권하다’는 “어떤 일을 하도록 부추기다”를 뜻하며, ‘장려(奬勵)하다’는 “좋은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주다”를 뜻해요. ‘희망소비자가격’이라면 “이만큼 받고 싶은 값”을 가리킬 테고, ‘권장소비자가격’은 “이만큼 받도록 하려는 값”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값. 책값. 받을값. 제값
우리가 읽는 책에는 ‘희망소비자가격’이나 ‘권장소비자가격’이라는 이름이 거의 안 붙습니다. 책 뒤쪽을 보셔요. 막대기(바코드) 밑에 ‘값’이라고만 나오기 마련입니다. 책집마다 책값을 다르게 매겨서 어느 책집에서는 책값이 싸다고 하더라도 책에는 ‘값’만 붙어요. “바라는 값”이나 “받도록 하려는 값”이라 하지 않아요.
다른 모든 세간에도 ‘값’이라고만 붙이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꼭 ‘소비자가격·희망소비자가격·권장소비자가격’처럼 써야 하지 않습니다. 좀 다르게 나타내고 싶다면‘받을값’이나 ‘제값’이라 해도 되어요. 때로는 ‘지은값(공장가격)’처럼 쓸 수 있어요. 쉽게 생각하면 가볍게 어깨동무할 말이 즐겁게 태어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