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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10 햇빛 햇살 햇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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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0

 햇빛 햇살 햇볕

 

  해에서 흐르는 기운을 여러모로 가릅니다. ‘햇빛’이 있고, ‘햇살’이 있으며, ‘햇볕’이 있어요. 세 낱말은 쓰임새가 다르고 뜻이 달라요. 그러니, 이렇게 세 갈래로 꼴을 다르게 해서 쓰지요.

 

  햇빛은 말꼴대로 ‘빛’을 가리킵니다. 빛이란 무엇일까요? 빛깔이나 무늬를 알아보도록 하는 밝은 기운입니다. 햇살은 말꼴대로 ‘살’을 가리킵니다. 살이란 무엇일까요? 빛이 퍼지는 줄기를 살이라고 합니다. 햇볕은 말꼴대로 ‘볕’을 가리킵니다. 볕이란 무엇일까요? 지구라는 별에서 사는 모든 목숨이 따뜻하도록 하는 기운입니다.

 

  그러니, 햇볕을 놓고 ‘밝다’라든지 ‘눈부시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햇살이나 햇빛을 놓고 ‘따뜻하다’라든지 ‘뜨겁다’라든지 ‘포근하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어요.

 

  말을 쓸 적에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느 말 한 마디가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왜 이렇게 말을 가르거나 나누어서 먼먼 옛날부터 쓰는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읽고서 말길을 헤아려야 합니다.

 

  어느 때에 따갑거나 눈부시다고 느낄까요? 해가 곧게 내쏘는 기운을 느낄 적에 따갑거나 눈부시겠지요. 바로 햇살이 따갑거나 눈부십니다. 어느 때에 밝거나 맑거나 어둡거나 흐릴까요? 해가 비추는 빛에 따라서 밝기가 달라질 테지요. 어느 때에 따뜻하거나 춥거나 포근하거나 아늑하거나 서늘할까요? 햇볕이 어느 만큼 내리쬐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테지요.

 

  해바라기를 가만히 하면서 해하고 얽힌 낱말을 생각하면 됩니다. 해님을 가만히 마주하고, 해님을 기쁘게 사랑하며, 해님을 넉넉히 품에 안으려는 마음으로 ‘해맑’고 ‘하얀’ 말마디를 생각하면 됩니다.

 

ㅅㄴㄹ

 


따뜻하게 빛을 비추면
→ 따뜻하게 비추면
→ 따뜻하게 볕을 비추면
《해님과 달님의 인사》(이반 간체프/김수연 옮김, 달리, 2003) 6쪽

 

따스한 햇살 한 줌
→ 따스한 햇볕 한 줌
《클래식 400년의 산책》(이채훈, 호미, 2015) 154쪽

 

햇살이 뜨거운 초여름
→ 햇볕이 뜨거운 첫여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유홍준, 창비, 2015) 350쪽

 

여름철 햇빛이 강할 때는
→ 여름철 해가 뜨거울 때는
→ 여름철 햇볕이 셀 때는
《소농의 공부》(조두진, 유유, 2017) 73쪽

 

따뜻한 햇빛도 받았지
→ 따뜻한 햇볕도 받았지
《상추씨》(조혜란, 사계절, 2017) 9쪽

 

눈부신 햇빛과 시원한 물을 기대하면서
→ 눈부신 햇살과 시원한 물을 바라면서
→ 눈부신 햇살과 시원한 물을 그리면서
《여름 안에서》(솔 운두라가/김서정 옮김, 그림책공작소, 2018) 16쪽

 

허브를 말릴 때 햇빛이나 불의 열기로 빨리 말리는 방법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 숨풀을 말릴 때 햇볕이나 불기운으로 빨리 말리는 길은 아예 안 쓴다
→ 풀은 햇볕이나 불기운으로는 아예 안 말린다 
《자연의 아이》(줄리엣 디 베어라클리 레비/박준식 옮김, 목수책방, 2019) 2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