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4
농땡이·땡땡이
‘농땡이’가 일본말이고, ‘땡땡이’까지 일본말인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말로는 ‘노닥거리다·놀다’하고 ‘빼먹다·게으르다’인 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일본말이기에 안 써야 하지 않습니다. 일본말이기에 샅샅이 털어내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쯤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왜 구태여 일본말을 끌어들여서 우리 마음이나 뜻이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하는가를 살펴보기로 해요. 왜 굳이 영어나 한자말을 내세워서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가를 되새기면 좋겠어요.
‘농땡이’는 ‘油を賣る(あぶらをうる)’라는 일본말에서 왔어요. ‘땡땡이’는 ‘でんでん’이라는 일본말에서 왔고요. 그런데 우리 낱말책을 보면 이런 말밑을 밝히지 못합니다. ‘농땡이’랑 ‘땡땡이’ 모두 마치 우리말이기라도 되는듯이 다루지요. 글꽃(문학)이나 삶꽃(인문학)을 하는 분도 이 일본말을 그냥 쓰고, 어린이책을 쓰는 분마저 이런 일본말을 버젓이 씁니다.
어떤 말을 가리거나 골라서 쓰느냐에 따라 우리 넋이 달라집니다. 어떤 말을 살피거나 헤아려서 쓰느냐에 따라 우리 마음이 바뀝니다. 생각이 없이 아무 말이나 쓸 적에는 넋이나 마음도 ‘생각이 없는 채 흐르’기 마련입니다. 말 한 마디에 깃드는 숨결을 찬찬히 살피거나 헤아릴 때에는 모든 몸짓에 ‘생각이 깊고 너르게 흐르’지요.
배움터에서도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우리말다운 우리말을 안 가르쳐 주었다고 탓하지 말고, 바로 오늘부터 우리말을 모두 새롭게 배울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땡땡이 쳐 버릴까∼?” “아하하. 정말 땡땡이 칠까?”
→ “달아나 버릴까?” “아하하. 그래 달아날까?”
→ “내빼 버릴까?” “아하하. 그래 내뺄까?”
→ “빼먹어 버릴까?” “아하하. 그래 빼먹을까?”
《아따맘마 10》(케라 에이코/이정화 옮김, 대원씨아이, 2006) 60쪽
저게 아직도 농땡이네
→ 저게 아직도 노네
→ 저게 아직도 노닥거리네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금현진·손정혜·이우일, 사회평론, 2012) 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