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지극 정성
그 지극 정성을
→ 그 알뜰한 손을
→ 그 살뜰한 마음을
지극정성(至極精誠) : 더할 수 없이 극진한 정성
지극하다(至極-) : 더할 수 없이 극진하다
극진하다(極盡-) : 어떤 대상에 대하여 정성을 다하는 태도가 있다
정성(精誠) :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
낱말책에도 나오는 ‘지극정성’이지만, 한자말 ‘지극’이나 ‘극진’ 한 마디로도 ‘정성’을 아우릅니다. 낱말책을 살피면 뜻풀이가 뒤죽박죽인데, ‘지극·극진·정성·지극정성’ 같은 한자말 쓰임새도 뒤죽박죽이로구나 싶어요. 우리말로 ‘알뜰하다’나 ‘살뜰하다’를 쓰면 됩니다. ‘갸륵하다’나 ‘참하다’를 써도 어울립니다.
그 지극 정성을 보고 내가 어떻게 가만있겠어
→ 그 알뜰한 손을 보고 내가 어떻게 가만있겠어
→ 그 살뜰한 마음을 보고 내가 어떻게 가만있겠어
《부엌 할머니》(윤정주·이규희, 보림, 2008) 20쪽
겹말 손질 : -담 이야기
무용담을 이야기하면서
→ 멋진 일을 이야기하면서
무용담(武勇談) : 싸움에서 용감하게 활약하여 공을 세운 이야기 ≒ 무담(武談)
-담(談) : ‘이야기’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멋지게 싸운 일을 이야기한대서 ‘무용담’입니다. ‘-담’이란 한자로 끝맺는 말씨는 ‘이야기’를 가리켜요. “무용담을 이야기하면서”는 겹말입니다. 한자말 ‘무용담’을 손질하면 겹말은 말끔히 사라집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면서 파안대소한다
→ 그들은 저희가 한 멋진 일을 이야기하면서 크게 웃는다
→ 그들은 저희가 벌인 멋진 일을 얘기하면서 활짝 웃는다
《파리아의 미소》(비람마·조시안·장 뤽 라신느/박정석 옮김, 달팽이, 2004) 235쪽
겹말 손질 : 하얘지고 공황 상태
머릿속이 하얘지고 공황 상태에 빠집니다
→ 머릿속이 하얗고 멍합니다
→ 머릿속이 하얗습니다
하얗다 : 2. 춥거나 겁에 질리거나 하여 얼굴이 핏기가 없이 희다
공황(恐慌) : 1. 두려움이나 공포로 갑자기 생기는 심리적 불안 상태 2. [경제] = 경제 공황
머릿속이 하얗다고들 말합니다. 어찌해야 좋을는지 모르는, 멍하거나 얼떨떨한 모습입니다. 비었다고 할 만한 모습인데, 이럴 적에 한자말로 ‘공황’이라고도 하지요. “하얘지고 공황”은 겹말이에요. ‘하얗다’ 한 마디로 넉넉합니다.
동물을 잃어버리면 반려인들은 머릿속이 하얘지고 공황 상태에 빠집니다
→ 길벗짐승을 잃으면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얗고 멍합니다
→ 길벗짐승을 잃으면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얗습니다
→ 길벗짐승을 잃으면 사람들은 머릿속이 하얘서 어쩔 줄 모릅니다
《너의 마음을 들려줘》(혜별, 샨티, 2018) 143쪽
겹말 손질 : 부풀리는 행위
부풀리는 행위는
→ 부풀리기는
→ 부풀리면
행위(行爲) : 1.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하는 짓 ≒ 행동(行動)
우리말에서 움직씨는 바로 ‘움직임·짓’을 나타냅니다. “부풀리는 행위”라 하면 겹말이에요. ‘부풀리다’라는 낱말이 ‘짓(행위)’을 가리키니 ‘행위’를 붙이면 군더더기입니다. 힘줌말처럼 “부풀리는 일은”이라 해도 되나, “부풀리기는”이나 “부풀리면”처럼 단출히 손봅니다.
문장으로 맞춘 다음 책으로 부풀리는 행위는
→ 글로 맞춘 다음 책으로 부풀리는 일은
→ 글로 맞춘 다음 책으로 부풀리기는
→ 글월로 맞춘 다음 책으로 부풀리면
《단어의 발견》(차병직, 낮은산, 2018) 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