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하루’는 전남 고흥에서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책숲(도서관)을 꾸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길에 곁에 두는 책숲에서 짓는 하루 이야기인 ‘책숲하루 = 도서관 일기’입니다.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7.1. 스스로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펴냄터에서 책을 보내 주어서 받았습니다. 받자마자 이웃님한테 부치려고 넉줄글을 씁니다. 고마운 이웃님은 한둘이 아니라, 고마운 분한테 책을 다 부치자면 즈믄(1000)으로도 턱없습니다. 다섯 살 무렵 고마운 이웃하고 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확 다릅니다. 스무 살 즈음 고마운 이웃은 부쩍 늘고, 서른 살에 마흔 살을 거치는 동안 고마운 이웃은 엄청나게 늘어요.
이쯤에서 생각하지요. 곰곰이 보면 고맙지 않은 분이 없구나 싶은데, 누구한테는 책을 부치고 안 부칠 수 있을까요?
새로 낸 《곁책》에는 마을책집 빛꽃(사진)을 열 나문 담았습니다. 엮음새에 맞추니 열 몇 쪽이 통으로 비더군요. 통으로 빈 쪽을 그대로 두면 느긋할 수 있지만, 어릴 적부터 종이 한 자락을 벌벌 떨면서 쓰던 버릇이 아직 있고(1970∼80년대까지 가난살림에 종이는 참 값졌습니다), 요즈음 거의 모든 책이 빈자리(여백)가 너무 많구나 싶어, 제 책만큼은 굳이 빈자리(여백의 미)보다는 가득가득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이러구러 온갖 일을 스스로 합니다. 집안일도 집밖일도 스스로 합니다.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이따금 맡기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홀로 다 건사합니다. 언제나 ‘스스로’ 하는데, 이 낱말 ‘스스로’를 그토록 자주 쓰면서 말밑이 무엇일까 하고 늘 아리송했어요.
이 실마리는 며칠 앞서 대전·서울로 책집마실을 다녀오며 풀었습니다. 고흥으로 돌아와 등허리랑 다리를 쉬며 큰아이랑 작은아이를 곁으로 불러서 이 수수께끼를 들려주었지요. “아이들아, 슬슬하고 살살은 여림셈만 다르고 뜻은 같아. 슬쩍하고 살짝도 그렇지. 슬며시하고 살며시도 그렇고, 재미있게 스리슬쩍이라고도 해.” 이쯤 이야기를 듣고 이다음까지 어버이 말을 듣고서 알아차릴 수 있지만, 이다음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저는 아주 조그맣게 귀띔을 들려주면 돼요. ‘스스로’ 풀라고 ‘슬슬’이라는 낱말을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하고 엮었거든요.
ㅅㄴㄹ
2018년에 일본마실을 하는 길에 나막신을 처음으로 장만했습니다. 뒤꿈치가 매우 여린 곁님이 발에 꿸 만한 신은 아예 없었는데, 가만 보니 나막신은 뒤꿈치를 안 대더군요. 바닥은 나무요 발가락을 가볍게 천으로 뀁니다. 나무바닥에 천을 꼬아 발가락을 꿰는 신은 일본만 지어서 신지 않았습니다.
한 해쯤 신으면 낡고 닳아 흙으로 돌아가는데, 플라스틱신이 아닌 나무신을 쓴다면 우리 살림길은 한결 느긋하면서 푸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한겨레 나무신"을 짜는 젊은이가 있다면 우리나라 새길을 빛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요새 '제로웨이스트'가 널리 떠도는데, '나막신'은 일본신이라고 여기지 말고, '나무신'을 우리 나름대로 짜서, 우리가 맨발로 나뭇바닥을 느끼고 이 땅을 살피면서 땅바닥을 디딘다면, 한결 즐거우면서 아름다이 이 나라를 가꿀 만하지 싶습니다.
해마다 이 땅을 더럽히는 '플라스틱 신'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말 못지않게 신 한 자락을 새롭게 가꾸는 길을 어른들이 슬기를 모아서 젊은이한테 물려주어야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