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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15 처치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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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5

처치 곤란

 

  이러지도 못하거나 저러지도 못한다고 할 적에는 예부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하고 수수하게 말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처치 곤란(處置 困難)”이라는 한자말이 떠돌거나 퍼집니다.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건사하지도 못할 적에 이 말씨로 나타내더군요.


  영어 낱말책에서 문득 ‘intractability’라는 낱말을 찾아보니 뜻풀이를 “고집스러움, 다루기 힘듦, 처치 곤란”처럼 적습니다. 영어를 이렇게 풀이했기에 “처치 곤란”이라는 말이 퍼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만, 영어 낱말책도 이런 말씨가 퍼지도록 한몫 거들었다고 할 만합니다.


  영어 낱말책에도 나오지만, 알맞게 쓸 우리말은 “다루기 힘듦”입니다. “다루기 힘들”기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지요. “다루기 힘든” 나머지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건사하지도 못해요.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을 가리켜 ‘갈팡질팡’이라고 합니다. 어떤 일을 맺고 끊는 실마리를 살필 적에 “‘갈피’를 잡는다”고 해요. 이리하여 “아직 갈팡질팡하는구나”라든지 “여태 갈피를 못 잡았어”처럼 말할 만해요. 때에 따라서 “손도 못 대다”나 “손도 못 쓰다”라 할 수 있고, “어쩌지 못하다”나 “헤매기만 하다”처럼 말할 수 있으며, “어쩔 줄 모르다”나 “어찌할 바를 모르다”라 할 수 있습니다.  ㅅㄴㄹ


남아서 처치곤란인데
→ 남아서 힘든데
→ 남아서 성가신데
《펜과 초콜릿 1》(네무 요코/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1) 176쪽

 

고기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은 처치 곤란이잖아
→ 고기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은 다루기 힘들잖아
→ 고기 구울 때 나오는 기름은 버리기 어렵잖아
《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최원형, 철수와영희, 2015) 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