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16
심심한 사과의 말씀
‘심심하다’라는 낱말을 놓고 아이들은 “아이 심심해.” 하고 말합니다. 하는 일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심심하다’라는 낱말을 두고 살림하는 어른들은 “국이 심심하네.” 하고 말합니다. 국물 간을 좀 싱겁게 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자말 ‘甚深’이나 ‘深深’을 쓰는 글쟁이 어른이 있습니다. 이 한자말은 “심심한 감사”나 “심심한 사과”나 “심심한 조의”나 “심심한 경의”처럼 쓴다고 하는데, 우리말이 아닌 한자를 널리 받아들여서 쓰는 일본 말씨입니다.
오늘날에는 영어도 널리 쓰니까 일본스런 한자말쯤이야 그리 안 대수로울 만합니다만, “심심한 사과의 말씀”처럼 말하는 어른을 아이가 바라본다면 무엇을 느낄 만할까요? “심심한 감사의 말씀”처럼 말하는 글쟁이를 여느 살림꾼이 마주한다면 무엇을 생각할 만할까요?
아마 아이는 뭔 ‘능금(사과)’이 어떻게 ‘재미없다’고 말하는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할 테지요. 아마 살림꾼은 뭔 ‘능금(사과)’이 어떻게‘싱겁다’고 말하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릴 테고요.
누구한테 뉘우치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려 한다면 “깊이 뉘우치”면 됩니다. “고개를 숙여 뉘우치”면 되고요. “거듭 뉘우칠” 수 있을 테고, “머리를 조아리며 뉘우칠” 수 있습니다. 고맙다면 “무척 고맙다”거나 “더없이 고맙다”고 하면 되어요.
그리고 도라지타령에 “심심산골에 백도라지” 같은 대목이 나오는데, 우리말로 제대로 부르자면 “두멧골에 흰도라지”나 “깊은멧골에 흰도라지”입니다. ㅅㄴㄹ
우선 우레시노 시민 제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 먼저 우레시노 분들 모두한테 깊이 뉘우친다
→ 먼저 우레시노에 계신 여러분한테 고개숙인다
→ 먼저 우레시노에 계신 여러분한테 잘못했다고 여쭌다
《규슈 올레》(손민호, 중앙북스, 2015) 40쪽
심심산골에 홀로 사는 나무가 아니라
→ 깊은멧골에 홀로 사는 나무가 아니라
→ 두멧골에 홀로 사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 나무 백 가지》(이유미, 현암사, 2015) 2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