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4
ㄱ. 작가의 서신 교환은 계속됐다
작가(作家) : 문학 작품, 사진,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
서신(書信)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 편지
교환(交歡/交驩) : 서로 사귀며 즐거움을 나눔 ≒ 교관
중반(中盤) 1. 바둑이나 장기 또는 운동 경기나 선거전 따위에서, 초반이 지나고 본격적인 대전으로 들어가는 국면 2. 일정한 기간 가운데 중간쯤 되는 단계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두 작가의 서신 교환은”처럼 사이에 ‘-의’를 넣으면 일본말씨인데, 이 보기글은 옮김말씨이기도 합니다. 우리말은 “두 글님(두 작가)”을 임자말로 삼습니다. “글월 주고받기(서신 교환)”를 임자말로 안 삼습니다. ‘-까지’라는 토씨를 붙이면 그때에 이르도록 꾸준히(계속) 한다는 뜻입니다. “-까지 계속됐다”는 겹말이기도 하고 ‘-됐다’로 맺은 말씨는 옮김말씨입니다. “두 사람은” 어느 무렵까지 “글월을 나누었다”처럼 적으면 그만입니다.
두 작가의 서신 교환은 1930년대 중반까지 계속됐다
→ 두 글님은 1930년대 복판까지 글을 주고받았다
→ 두 사람은 1930년대 한복판까지 글월을 나누었다
《스위스 방명록》(노시내, 마티, 2015) 260쪽
ㄴ. 좋은 동시를 읽었으면 좋겠어요
동시(童詩) : [문학] 1. 주로 어린이를 독자로 예상하고 어린이의 정서를 읊은 시 2. 어린이가 지은 시
일본에서 지은 한자말 ‘동시(童詩)’를 우리는 아직 그대로 쓰지만, 이제는 생각을 가다듬어 우리 나름대로 새말을 지을 때이지 싶습니다. 이오덕 님은 ‘어린이시’로 고쳐쓰자고 얘기했고, ‘어린이노래’나 ‘어린노래’로 더 고쳐쓸 만합니다. 수수하게 ‘노래’라고만 하거나 ‘노래꽃’처럼 새말을 지어도 어울려요. 보기글은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 “읽었으면 좋겠어요”처럼 ‘-었-’을 넣기에 틀린 글월입니다. “좋은 동시를 …… 좋겠어요”처럼 앞뒤로 ‘좋다’를 잇달아 넣어 겹말이기도 합니다. “좋은 동시를 많이 읽었으면”도 엉성합니다. 이 글은 좋거나 저 글은 나쁘다고 섣불리 가를 만하지 않습니다. ‘고루’ 읽거나 ‘두루’ 읽기를 바란다고 적어야 알맞고, “좋은 동시”에서 ‘좋은’은 ‘즐겁게’로 손보아야지 싶습니다. 여러 가지 노래꽃이나 어린노래를 즐겨읽기에 스스로 눈썰미를 틔우면서 생각이 자랄 테지요.
좋은 동시를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 노래꽃을 즐겁게 두루 읽기를 바라요
→ 어린노래를 고루 즐겨읽기를 바라요
《동시에 고리 걸기》(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서울남부 쌀떡밀떡, 삶말, 2022) 340쪽
ㄷ. 지극 통상적 식당의 밥값 기준
지극하다(至極-) : 더할 수 없이 극진하다
통상적(通常的) : 특별하지 아니하고 예사로운
식당(食堂) : 1. 건물 안에 식사를 할 수 있게 시설을 갖춘 장소 2.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파는 가게
기준(基準) : 1. 기본이 되는 표준 2. [군사] 제식 훈련에서, 대오(隊伍)를 정렬하는 데 기본이 되는 표준을 대원들에게 알리는 구령
한자말을 넣어야 멋스럽다고 여기는 마음으로 이런 보기글을 쓰는 분이 꽤 있습니다. “지극히 통상적으로”는 ‘늘·언제나’나 ‘으레·어디서나’로 고쳐씁니다. “식당의 밥값”이란 “밥집 밥값”이란 뜻이니 겹말이에요. ‘밥집값’으로 고칩니다. “기준으로 한다”는 “잣대로 한다”로 고칠 만한데, ‘맞추다’나 ‘따르다’로 고쳐도 어울립니다.
나는 지극히 통상적으로 식당의 밥값을 기준으로 한다
→ 나는 늘 밥집값을 잣대로 한다
→ 나는 으레 밥집값에 맞춘다
《행복의 가격》(가쿠타 미쓰요/박성민 옮김, 시와서, 2020) 62쪽
ㄹ. -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만날 적에는 ‘만난다’고 합니다. 누구하고 만나기에 “펭귄하고 만난다”처럼 써요. “펭귄과의 만남”처럼 ㅁ꼴로 맺으며 ‘-과의’ 같은 토씨를 붙이면 옮김말씨이자 일본말씨입니다. 보기글은 “펭귄의 만남은 시작되었다”처럼 ‘시작 + -되다’를 붙이는 옮김말씨이자 일본말씨가 덧붙습니다. 우리말로는 “펭귄과 처음 만났다”로 적어야 올바르고, 어린이책에 적는 말씨이기에 “펭귄이랑 만났다”나 “펭귄하고 만났다”로 손질해 줍니다.
이렇게 해서 나와 펭귄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 이렇게 해서 나는 펭귄하고 만났다
→ 나는 이렇게 펭귄이랑 만났다
《펭귄표 냉장고》(다케시타 후미코·스즈키 마모루/김숙 옮김, 북뱅크, 2001) 45쪽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