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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마실 ― 부산 〈동주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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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책숲마실’은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가꾸는 마을책집(동네책방·독립서점)을 다녀온 이야기입니다. 여러 고장 여러 마을책집을 알리는(소개하는) 뜻도 있으나, 이보다는 우리가 저마다 틈을 내어 사뿐히 마을을 함께 돌아보면서 책도 나란히 손에 쥐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하면서 단출하게 꾸리려고 합니다. 마을책집 이름을 누리판(포털) 찾기칸에 넣으면 ‘찾아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숲노래 책숲마실

꽃책 

― 부산 〈동주책방〉

2004년에 《곤충·책》이 나온 적 있습니다. 1647년에 태어나 1717년에 눈감은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님이 풀벌레하고 풀꽃나무를 사랑한 숨결을 물씬 느낄 만한 숲책(생태환경책)입니다. 이녁 삶자취는 그림책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이 부드럽고 상냥하게 들려줍니다.

부산 망미나루 곁에 있는 〈동주책방〉 한켠에 이분 책이 있습니다. 흔한 풀꽃하고 풀벌레를 눈여겨보며 아낀 눈부신 손길이 있기에 오늘날 숱한 사람들이 풀꽃그림이며 풀벌레그림을 노래할 만하다고 느낍니다.

 

우람그림책 《Maria Sibylla Merian》을 보면서 이다음에 이 우람그림책을 장만하러 부산에 곧 다시 찾아가자고 생각합니다. 목돈을 모으려고요. 어제오늘은 고흥에도 부산에도 찬바람이 휭휭 붑니다. 이른봄에 꽃이 샘솟도록 부는 꽃샘바람 같습니다. 둘레(사회)에서는 “꽃을 시샘하는 바람”이라고 말합니다만, 2011년부터 두멧시골에 깃들어 풀꽃나무를 날마다 들여다보노라니, ‘꽃샘바람 = 꽃이 샘솟도록 깨우는 바람’이요, ‘잎샘바람 = 잎이 샘솟도록 간질이는 바람’이지 싶어요.

찬바람 때문에 꽃망울·잎망울이 웅크린다기보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하고 알려줍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봄맞이꽃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밤에는 아직 추운 끝겨울부터 싹을 틔우고 잎을 내놓고 꽃을 피우거든요.

돌림앓이 탓에 나라가 멈추고 하늘나루는 거의 닫힙니다. 시외버스는 토막토막 잘려서 이웃고장으로 책마실을 다니기가 무척 버겁습니다. 이 나라(정부)는 모든 사람이 부릉이(자가용)를 몰라고 내모는 듯해요. ‘친환경’이라고 내세우면서 ‘전기차 보조금을 5천만 원씩 준다’고 하는데, 참말로 푸른길(친환경)을 꾀한다면, 부릉이를 안 몰고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전철을 타는 사람마다 5천만 원씩 ‘푸른살림돈’을 주어야 마땅하지 싶습니다.

 

차근차근 가꾸며 천천히 이루어 가는 즐거운 쉼터인 마을책집으로 찾아오는 길에 잎샘바람을 실컷 마시면서, 다섯 살 아이를 데리고 마실나온 부산 이웃님하고 골목을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꾸밈없이 살아가기에 즐겁습니다. 안 꾸미면서 이야기를 펴기에 반갑습니다. 겨울이기에 찬바람을 먹고, 봄이기에 봄꽃내음을 맡습니다. 마을마다 뿌리내리는 작은책집은 찬바람이 매서울수록 오히려 더욱 반짝이면서 푸르게 피어나리라 봅니다. 빛나는 마음을 그리며 사랑으로 걸어가고 싶어 아이랑 뚜벅뚜벅 걸어서 꽃책을 장만하는 하루입니다. 꽃을 담아 꽃책이고, 꽃다운 숨결로 이야기를 여미어 꽃책이고, 푸른책을 나누는 책집이라서 꽃책입니다.

《쥘 베른의 갠지스 강》(쥘 베른 글/이가야 옮김, 그린비, 2010.7.10.)

《꽃서점 1일차입니다》(권희진 글, 행성B, 2021.4.28.)

《연구가 체질》(이른비 글, 손수펴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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