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5
ㄱ. 꽃에 대해 새로운 인식 얻다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인식(認識) : 1.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 2. [심리]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용어로 쓴다 = 인지 3. [철학]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물에 대하여 가지는, 그것이 진(眞)이라고 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개념. 또는 그것을 얻는 과정
꽃을 보며 꽃을 압니다. 꽃을 마주하며 꽃을 배워요. 꽃을 바라보기에 꽃을 새롭게 느끼고, 꽃하고 살아가며 꽃을 새삼스레 맞아들이지요. “-에 대해 -ㄴ 인식을 얻다”는 옮김말씨에 일본말씨가 섞였어요. 범벅말입니다. ‘-에 대해’는 ‘-을·-를’로 고치고, ‘-ㄴ’은 ‘-게’로 고치며, “인식을 얻는다”는 ‘배운다·익힌다’나 ‘바라본다·본다’나 ‘안다·알아간다’로 고칩니다. ㅅㄴㄹ
눈사람과 과꽃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얻는다
→ 눈사람이랑 과꽃을 새롭게 바라본다
→ 눈사람하고 과꽃을 새롭게 배운다
《동시에 고리 걸기》(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서울남부 쌀떡밀떡, 삶말, 2022) 20쪽
ㄴ. 지속된 슬픔은 우리의 숨을 우울의 늪에
시간(時間) : 1.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 2. = 시각(時刻) 3. 어떤 행동을 할 틈 4. 어떤 일을 하기로 정하여진 동안 5. 때의 흐름
지속(持續) : 어떤 상태가 오래 계속됨. 또는 어떤 상태를 오래 계속함
우울(憂鬱) : 1. 근심스럽거나 답답하여 활기가 없음 2. [심리] 반성과 공상이 따르는 가벼운 슬픔
한자말 ‘우울’은 우리말로 ‘슬픔’을 가리키기에, 보기글처럼 “슬프면 우울의 늪에 내어준다”라 적으면 겹말이면서 얄궂습니다. 앞뒤 모두 ‘슬프다’를 쓰면 되고, 뒤쪽은 “슬프면 늪에 잠긴다”로 손볼 만해요. “오랜 시간 지속된” 같은 옮김말씨에 한자말이 붙은 글결은 ‘오래도록·오랫동안’으로 손봅니다. 군더더기로 붙인 ‘-의’도 털어냅니다. ㅅㄴㄹ
오랜 시간 지속된 슬픔은 우리의 숨을 우울의 늪에 내어준다
→ 오래도록 슬프면 우리 숨은 슬픔늪에 잠긴다
→ 오랫동안 슬프면 우리 숨결도 슬프다
《소중한 것들이 가만가만 말을 건다》(김화숙·이도담, 이새, 2020) 4쪽
ㄷ. 열악한 환경 속 대다수
열악(劣惡) : 품질이나 능력, 시설 따위가 매우 떨어지고 나쁨
환경(環境) : 1.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2.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
출판사(出版社) : 서적이나 회화 따위를 인쇄하여 세상에 내놓는 사업을 하는 회사
대다수(大多數) : 1. 거의 모두 다. ‘대부분’으로 순화 2. 대단히 많은 수
일하는 터전이 나쁘다면 ‘힘들’거나 ‘힘겹’다는 뜻입니다. “어떤 환경 속에서” 같은 꼴은 옮김말씨이자 일본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환경 속에서”가 아닌 “환경에서”처럼 ‘속’을 안 넣고, “어떤 곳에서”처럼 부드러이 씁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라면 “힘든 곳에서”나 “힘겨운 데에서”로 고쳐쓸 만해요. 보기글에서는 힘겹거나 힘든 자리가 ‘펴냄터’이니 “힘들게 일하는 펴냄터”나 “펴냄터는 그렇게 힘겨이 일하는”처럼 더 손질할 만합니다. ‘대부분’으로 고쳐쓸 ‘대다수’라지만, 두 한자말 모두 ‘많다’나 ‘다·다들·모두’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출판사가 대다수인가요
→ 그처럼 힘들게 일하는 펴냄터는 많나요
→ 펴냄터는 다들 그렇게 힘겨이 일하는가요
《나는 어머니와 산다》(한기호, 어른의시간, 2015) 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