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7
ㄱ 말 언어 인간의 기본 생활 가능
‘말 언어’만으로도 인간의 기본 생활은 가능하다
→ 사람은 말만으로도 이럭저럭 산다
→ 말만 해도 웬만큼 살 수 있다
《혁명노트》(김규항, 알마, 2020) 171쪽
한자말 ‘언어’는 우리말 ‘말’을 가리킵니다. “말 언어”는 “말 말”인 셈이니 겹말입니다. 사람은 말만 하여도 이럭저럭 살아간다지요. 말을 하기만 하면 웬만큼 살 수 있다고 하고요. 보기글은 임자말이 ‘인간의 기본 생활은’인 셈인데, 토씨 ‘-의’를 넣어 말결이 뒤틀렸습니다. ‘사람은’을 임자말로 첫머리에 넣거나 덜어내고, 풀이말을 ‘산다·살아간다’나 ‘살 수 있다’로 맺고서, 사이에 몸말로 ‘말만으로도 이럭저럭’이나 ‘말만 해도 웬만큼’으로 손질합니다.
ㄴ 나의 주요 관찰 대상
오래전부터 나의 주요 관찰 대상이었다
→ 오래도록 가만히 보았다
→ 오래오래 지켜보았다
→ 오랫동안 살펴보았다
《박원순이 걷는 길》(박원순·임대식, 한길사, 2015) 8쪽
‘오래’는 꽤 흐른 때를 가리킬 적에 씁니다. ‘오래전부터’처럼 한자 ‘前’을 사이에 끼우는 분이 제법 있는데 ‘오래도록·오래오래·오랫동안’으로 손질합니다. 보기글은 ‘나의’처럼 ‘-의’를 사이에 넣습니다만, ‘나는’ 꼴로 첫머리에 넣어야 알맞습니다. “나는 오래도록 지켜보았다”라 하면 될 글월이에요. 그런데 우리말은 ‘나는’ 같은 임자말은 으레 덜어냅니다. “오래도록 가만히 보았다”나 “오랫동안 살펴보았다”처럼 단출히 쓰면 됩니다.
ㄷ 생명에게 원초적 필요한 것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게 원초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먹을 것입니다
→ 사람을 비롯해 모든 숨결은 모름지기 먹을 것이 있어야 한다
→ 사람이며 모든 목숨은 무엇보다 밥을 먹어야 한다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1) 13쪽
글이든 말이든 우리말을 할 적에는 우리말 뼈대를 살필 노릇입니다. 뼈대를 안 살피면 이 보기글처럼 임자말하고 풀이말이 뒤틀리면서 뒤죽박죽이기 일쑤입니다. 이 보기글은 ‘필요한 것’이 임자말 자리에 있고 ‘먹을 것입니다’가 풀이말 자리에 있어요. 마치 영어를 ‘갓 옮긴(직역한)’ 듯합니다. ‘사람을 비롯해 모든 숨결은’이 임자말 자리에 있어야 알맞고, ‘있어야 한다’나 ‘먹어야 한다’로 풀이말을 삼아야 어울려요. 우리말 뼈대를 잊다 보면 자꾸 꾸밈말이나 ‘것’이 끼어들면서 어지럽습니다.
ㅅㄴㄹ
글쓰기를 어렵게 꼬면 꼴수록
알맹이가 없이
텅 빈 껍데기만 춤춘다.
우리말은 우리말답게 쓰면 될 뿐이다.
‘임자말 + 몸말(알맹이) + 풀이말’이란
바탕으로 쓰면 넉넉하다.
알맹이가 없는데
겉멋을 부리려고 이리저리 비틀기에
일본말씨 옮김말씨로 가득하여
그저 먹물붙이로 헤매는데
이런 먹물글이 끝없이 퍼진다.
먹물글이 멋있다고 여기는 셈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