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21 쪼잔이
어릴 적에 저한테 자꾸 돈을 빌리려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돈을 빌려주면 갚는 일이 없는데, 안 빌려주면 괴롭히거나 때립니다. 저는 여덟 살부터 집하고 배움터 사이를 걸었습니다. 다른 아이는 모두 버스를 타지만, 저는 걸으면서 날마다 120원씩 모았어요. 그러니 이 아이는 제 길삯 120원을 빼앗으려는 셈입니다. 돈을 빼앗기다가 얻어맞다가 도무지 견디지 못하고 맞붙으며 더 얻어맞곤 했지만, 그래도 그 아이 팔뚝에서 피가 나도록 이로 깨물거나 종아리를 깨물었어요. 주먹힘이 안 되니 깨물기라도 해야 떨어집니다. “너 참 쪼잔하다. 어떻게 깨무냐?” 하는 이 아이한테 “돈을 빼앗고 때리는 너야말로 쪼잔하지! 힘없다고 괴롭히잖아!” 하고 읊고서 더 얻어맞았어요. 이러던 어느 날 이 아이네 집으로 갔습니다. 기찻길 곁 가난한 집입니다. 이때에는 누구나 가난했어요. 이 아이 어머니는 종이꽃을 접어서 파시더군요. 저더러 “○○이랑 놀러왔니? 집에 없는데?” 하고 물으셨고, “아뇨. ○○이가 여태 저한테 빌리고 안 갚은 돈을 받으러 왔어요.” 하고 여쭈었습니다. 저는 이 아이한테 빌려준 돈을 0원 돌려받았지만, 이날 뒤로 이 아이는 저를 더 안 괴롭혔습니다. 어느 날 옆을 지나가며 또 “쪼잔한 놈!” 하더군요.
쪼잔이 (쪼잔하다 + 이) : 쪼잔한 사람. 마음이 좁고 작은 사람. 스스로한테도 남한테도 마음을 좁고 작게 쓰는 사람. ‘쪼잔하다 = 좁다·조그맣다·쪽(쫍다·쪼그맣다·조각) + 잔(잘다)’인 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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