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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24 작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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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24 작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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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있어 언제나 ‘작은아이’였습니다. ‘작은’이란 이름은 마흔 살이 넘든 여든 살이 지나든 매한가지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우리 집 둘째한테 ‘작은아이’란 이름을 씁니다. ‘작다·크다’는 좋거나 나쁘게 가르는 이름이 아닙니다. 그저 앞뒤를 가리려고 붙인 이름입니다. ‘작은아이’라서 물러서거나 입을 다물어야 하는 자리가 수두룩했고, ‘작은아이’인 터라 “워낙 힘이 딸리고 안 될 텐데?” 하는 말을 숱하게 들었어요. 가만히 돌아보면 작기에 잘못을 너그러이 봐주기도 했지만, 작다고 너그러이 보는 눈이 달갑지 않았어요. “날 작은아이라 부르지 말고 내 이름을 부르라고욧!” 하고 으레 외쳤지만, 어른들은 호호호 웃으면서 “쟤가 참 철이 없네.” 하고 여겼습니다.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생각하다가 우리 집 두 아이를 놓고 어느 때부터인지 ‘큰아이·작은아이’란 말은 거의 삼가고 ‘아이들 이름’만 쓴다고 느낍니다. 그래요. 이름을 불러야지요. 꼭 첫째랑 둘째를 갈라야 한다면 ‘작은님·작은씨’처럼 불러야겠어요. 고운 빛을, 맑은 눈을, 환한 사랑을, 즐거운 길을 속삭이고 싶습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거나 빛나지 않으나, 머잖아 초롱초롱 빛나는 별님으로 드리울 작은님이요 작은씨입니다.

작은님 (작다 + 님) : 1. 솜씨나 재주가 살짝 뛰어나거나 훌륭한데 아직 널리 알려지거나 도드라지지 않은 사람. 앞으로 솜씨나 재주가 자라서 널리 알려지거나 도드라질 사람 2. 둘레에서 보기에 작거나 낮거나 바깥이라 할 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 3. 사람·여러 목숨·풀꽃나무 같은 모습으로 꾸며서 곁에 두거나 함께 노는 님. ‘인형’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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