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겹말 손질 : 이익 챙기다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 있었겠지만
→ 덩달아 챙길 수도 있겠지만
→ 더 챙길 수도 있겠지만
이익(利益) : 1.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 ≒ 길미 2. [경제] 일정 기간의 총수입에서 그것을 위하여 들인 비용을 뺀 차액 3. [불교] 부처의 가르침을 받음으로써 얻는 은혜나 행복
챙기다 : 1. 필요한 물건을 찾아서 갖추어 놓거나 무엇을 빠뜨리지 않았는지 살피다 2. 거르지 않고 잘 거두다 3. 자기 것으로 취하다
얻거나 보태거나 받거나 챙길 적에 한자말로 ‘이익’을 쓰니, “이익을 챙기다”라 하면 겹말입니다. 보기글이라면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를 “반사이익일 수도”처럼 적을 노릇이요, 한자말을 안 쓰겠다면 “덩달아 챙길”이나 “더 챙길”로 손봅니다.
이로부터 여러 가지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 있었겠지만
→ 이 일로 여러 가지를 덩달아 챙길 수도 있겠지만
→ 여기에서 여러 가지를 더 챙길 수도 있겠지만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윤성근, 산지니, 2018) 83쪽
겹말 손질 : 비쳐 보이는 투영
비쳐 보이기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 비쳐 보이기에, 이렇게 나타나는
→ 비쳐 보이기에, 이렇게 비치는
비치다 : 1. 빛이 나서 환하게 되다 2. 빛을 받아 모양이 나타나 보이다 3. 물체의 그림자나 영상이 나타나 보이다 4. 뜻이나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 보이다 5. 투명하거나 얇은 것을 통하여 드러나 보이다 6. 사람 몸속의 피가 몸 밖으로 나오는 상태가 되다 7. 무엇으로 보이거나 인식되다 8. 얼굴이나 눈치 따위를 잠시 또는 약간 나타내다 9. 의향을 떠보려고 슬쩍 말을 꺼내거나 의사를 넌지시 깨우쳐 주다
투영(投影) : 1. 물체의 그림자를 어떤 물체 위에 비추는 일. 또는 그 비친 그림자 2. 어떤 일을 다른 일에 반영하여 나타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수학] = 사영(射影) 4. [심리] = 투사(投射)
우리말 ‘비치다’나 ‘비추다’를 한자말로 옮기면 ‘투영’입니다. 이 보기글은 겹말입니다. 앞뒤 모두 ‘비치다’를 쓰면 되는데, 뒤쪽을 다르게 쓰고 싶다면 ‘나타나다’나 ‘드러나다’나 ’보이다“를 넣습니다.
한 겹 얇은 종이 너머로 비쳐 보이기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한자의 게슈탈트는 보다 심층적인 기억으로 사람들 안에 머문다
→ 한 겹 얇은 종이 너머로 비쳐 보이기에, 이렇게 나타나는 한자꼴은 더 깊이 사람들 마음에 머문다
→ 한 겹 얇은 종이 너머로 비쳐 보이기에, 이렇게 비치는 한자꼴은 더 깊이 사람들 눈에 머문다
《한글의 탄생》(노마 히데키/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돌베개, 2011) 100쪽
겹말 손질 : 사용해 쓰여지게 된다
선만 사용해 쓰여지게 된다
→ 금만 그어 쓴다
→ 줄만 그어 쓴다
사용(使用) : 1. 일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씀 2. 사람을 다루어 이용함. ‘부림’, ‘씀’으로 순화
쓰다 : 1. 붓, 펜, 연필과 같이 선을 그을 수 있는 도구로 종이 따위에 획을 그어서 일정한 글자의 모양이 이루어지게 하다 2.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 혹은 이와 유사한 대상 따위에 글로 나타내다 3. 원서, 계약서 등과 같은 서류 따위를 작성하거나 일정한 양식을 갖춘 글을 쓰는 작업을 하다
“사용해 쓰여지게 된다”는 어느 나라 말씨일까요? 무늬는 한글이되 도무지 우리말일 수 없습니다. 한자말 ‘사용’이 ‘쓰다’를 뜻하니, “써서 쓰여지게 된다”인 셈인데, 무슨 말인지 종잡을 수 없어요. 더욱이 ‘-게 되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입니다.
자형은 후에 선만 사용해 ‘ㅏ’로 쓰여지게 된다
→ 글꼴은 나중에 금만 그어 ‘ㅏ’로 쓴다
→ 글씨꼴은 나중에 줄만 그어 ‘ㅏ’로 쓴다
《한글의 탄생》(노마 히데키/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돌베개, 2011) 1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