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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27 손자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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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27 손자아들

 

  낱말책에서 ‘손녀딸(孫女-)’을 찾아보면 “‘손녀’를 귀엽게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손자아들’도 찾아보았어요. 그러나 ‘손자아들’은 낱말책에 없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갈 수 있으나 아리송합니다. 왜 ‘손녀딸’은 오르고 ‘손자아들’은 안 오를까요? 그리고 ‘손녀딸’이라는 낱말은 알맞은가 하고 더 헤아려 볼 만합니다.

 

  ‘손녀’라는 낱말로 우리 딸아들이 낳은 ‘딸’을 가리킵니다. ‘손녀 + 딸’은 겹말입니다. ‘외갓집’이나 ‘처갓집’도 겹말이지요. ‘외가·처가’가 바로 ‘집’을 가리키기에 ‘외가 + 집’이나 ‘처가 + 집’은 겹말이지요.

 

  겹말이라 하더라도 귀엽게 이르려고 구태여 ‘손녀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나 할아버지로서는 가시내만이 아닌 머스마도 귀엽게 마련이에요. 귀여운 머스마한테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요?

 

  귀엽기에 “귀여운 손녀”나 “귀여운 손자”라고 하면 됩니다. 때로는 ‘손녀님·손자님’처럼 ‘-님’을 붙일 수 있어요. 아이들을 바라보며 ‘공주·왕자’라고도 부르지만 ‘공주님·왕자님’이라고도 부르거든요.

 

  알맞게 붙이는 이름을 헤아리지 않으면 겹말에 이어 겹겹말까지 불거지게 마련입니다. 힘주어 말하려는 뜻에서 ‘때로’에다가 ‘때때로’를 쓰고, ‘더욱’에다가 ‘더더욱’이나 ‘더욱더’를 씁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고양이를 ‘냥이·냥냥이’로, 개를 ‘멍이(멍순이/멍돌이)·멍멍이’로 귀엽게 부르기도 합니다. ‘손녀딸’이 아닌 ‘딸딸’로도 얼마든지 귀엽게 부를 수 있어요. ‘딸아이·아들아이’라고도 하니까요.

 

  조금 더 생각을 기울여, 이쁘거나 귀엽기에 ‘우리’를 앞에 넣어 “우리 딸·우리 손녀”라든지 “우리 아들·우리 손자”라 말하기도 하는 얼거리를 살핀다면, 꼭 ‘손녀 + 딸’ 얼개가 아니어도 살가우며 재미있고 뜻깊게 귀염말이나 사랑말을 널리 여밀 수 있습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