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1
ㄱ. 네 권의 사전을 가지고 비생산적
권(卷) : 1. 책을 세는 단위
사전(辭典) :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 ≒ 말광·사림·사서·어전
소통(疏通) : 1.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2.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가능(可能) : 할 수 있거나 될 수 있음
점(點) : 5. 여러 속성 가운데 어느 부분이나 요소
불편(不便) : 1. 어떤 것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거북하거나 괴로움 2.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괴로움 3. 다른 사람과의 관계 따위가 편하지 않음
비생산적(非生産的) : 1.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또는 그런 것 2. 그것이 바탕이 되어 새로운 것이 전혀 생겨나지 않아 도움 될 것이 없는. 또는 그런 것
책을 셀 적에는 “네 권의 사전”이 아닌 “낱말책 넉 자락”이라 해야 올바른데, 보기글이라면 “네 가지 낱말책”이나 “낱말책 네 가지”라 해야 어울립니다. 이야기는 하면 됩니다.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되고요. “낳지 못한다(비생산적)”고 한다면 “못 낳는다”라 하면 될 텐데, 보기글에서는 ‘바보같다’나 ‘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터무니없다’를 넣을 만해요. 낱말책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낱말책이 ‘있어야’라 하면 됩니다. ㅅㄴㄹ
네 권의 사전을 가지고 있어야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은 대단히 불편하고 비생산적이라고 할 수 있다
→ 네 가지 낱말책이 있어야 이야기할 수 있다니 대단히 번거롭고 바보같다
→ 낱말책이 네 가지가 있어야 얘기할 수 있다니 대단히 귀찮고 어이없다
《둥지 밖의 언어》(이상규, 생각의나무, 2008) 17쪽
ㄴ. 기쁨을 주는 것 존재
현실(現實) : 1.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 2. [철학]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 3. [철학] 사유의 대상인 객관적·구체적 존재 4. [철학] 주체와 객체 사이의 상호 매개적·주체적 통일
존재(存在) : 1. 현실에 실제로 있음 2. 다른 사람의 주목을 끌 만한 두드러진 품위나 처지 3. [철학]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외계(外界)에 객관적으로 실재함 ≒ 자인 4. [철학] 형이상학적 의미로, 현상 변화의 기반이 되는 근원적인 실재 5. [철학]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객관적인 물질의 세계. 실재보다 추상적이고 넓은 개념이다
‘것’을 잇달아 쓰다가 ‘존재’로 마무리하는 보기글입니다만, 첫머리는 “답답한 이 삶에서”나 “이 삶은 답답하지만”으로 열고, “아기는 단비같이 기쁘다”나 “단비같이 기쁜 하나가 아기이다”로 맺을 만합니다. 가만히 보면 ‘아기’를 ‘것·존재’로 가리킨 셈인데, 아기는 아기라 해야 어울려요. 삶을 헤아리면서 아기를 반길 노릇입니다. 아기가 물려받을 삶말을 슬기로이 가꾸기를 바라요. ㅅㄴㄹ
답답한 것이 많은 현실에서 우리에게 단비 같은 기쁨을 주는 것 하나가 아기라는 존재다
→ 답답한 이 삶에서 우리한테 단비같이 기쁜 하나가 아기라는 빛이다
→ 이 삶은 답답하지만 우리한테 단비같이 기쁜 하나가 아기이다
《그림책에 흔들리다》(김미자, 낮은산, 2016) 26쪽
ㄷ. 속에 잠겨 있을 거야
이 보기글에는 한자말이나 영어가 없습니다만, ‘속’하고 ‘있다’하고 ‘것’을 얄궂게 썼어요. 글멋을 부리려는 분들이 “슬픔 속에 잠기다”나 “눈물 속에 잠기다”처럼 쓰곤 하는데, 슬프거나 눈물이 날 뿐, ‘속’에 잠기지 않습니다. 또한 ‘잠기다’일 뿐이요 “잠겨 있을”이 아니에요. 말끝에 붙이는 군더더기 ‘것’은 털어낼 노릇입니다. ㅅㄴㄹ
눈물 속에 푹 잠겨 있을 거야
→ 눈물에 푹 잠길래
→ 눈물에 푹 잠기겠어
→ 눈물에 푹 잠기고 싶어
《멋진 하나》(강기화·홍종훈, 동시요, 2021) 48쪽
ㄹ. 많은 -의 지대한 관심을
지대하다(至大-) : 더할 수 없이 크다
관심(關心) :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마음이나 주의 ≒ 관념(關念)
사람이 많다면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는 우리말을 마치 영어처럼 쓴 셈입니다. 더구나 ‘지대한’을 사이에 넣어 더더욱 영어스럽습니다.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꼴은 “사람이 보았다”나 “사람이 지켜보았다”나 “사람이 바라보았다”로 고쳐씁니다. 보거나 지켜보거나 바라본다고 할 적에는 ‘많이’가 아닌 ‘널리’나 ‘두루’를 넣어야 알맞습니다. 또는 “숱한 사람들이 보다”처럼 쓸 수 있어요. ㅅㄴㄹ
많은 사람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 사람들이 널리 지켜보았다
→ 숱한 사람들이 바라보았다
《공공의료 새롭게》(백재중,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22) 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