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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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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2

 

ㄱ. 나의 딸 소영이의 마음

한자말을 안 썼거나 영어가 불거지지 않더라도 우리글이지는 않습니다. 겉으로는 한글이어도 ‘나의’나 “소영이의 마음”처럼 일본말씨·옮김말씨를 쓰면 얄궂고, “자라고 있다는 것을”처럼 옮김말씨를 써도 얄궂습니다. 어버이가 딸을 말할 적에는 “우리 귀여운 딸”이라 할 노릇이고 “귀여운 딸”이라고만 할 수 있습니다. “자란다고”처럼 단출히 끊거나 “자라는 줄”처럼 손질해 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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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귀여운 딸 소영이의 마음이 이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 우리 귀여운 딸 소영이 마음이 이처럼 무럭무럭 자란다고 생각하니

→ 귀여운 딸 소영이가 마음이 이처럼 무럭무럭 자라는 줄 생각하니

《봄을 기다리는 날들》(안재구·안소영, 창비, 2021) 34쪽

 

 

ㄴ. 개의 배회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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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회(徘徊) : 아무 목적도 없이 어떤 곳을 중심으로 어슬렁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님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맴돌거나 떠돌거나 돌아다닌다면 ‘맴돌다’나 ‘떠돌다’나 ‘돌아다니다’라 하면 됩니다. “개의 배회는 계속되었다”는 멋만 잔뜩 부린 군말이면서 옮김말씨입니다. 우리말은 ‘계속 + -되다’처럼 안 씁니다. 굳이 한자말을 쓰려 한다면 “그 개는 계속 배회하였다”처럼 엮어야 올바릅니다. 쉽게 우리말을 쓸 마음이라면 “개는 자꾸 맴돌았다”나 “개는 내내 돌아다녔다”처럼 손질합니다. ㅅㄴㄹ

그렇게 그 개의 배회는 계속되었다

→ 그렇게 그 개는 자꾸 맴돌았다

→ 그렇게 그 개는 또 떠돌았다

→ 그렇게 그 개는 내내 돌아다녔다

《개를 위한 노래》(메리 올리버/민승남 옮김, 미디어창비, 2021) 42쪽

 

 

ㄷ. 그의 투덜댐 가운데 압권은

압권(壓卷) : 1. 여러 책이나 작품 가운데 제일 잘된 책이나 작품. 고대 중국의 관리 등용 시험에서 가장 뛰어난 답안지를 다른 답안지 위에 얹어 놓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2. 하나의 책이나 작품 가운데 가장 잘된 부분 3.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

인간(人間) : 1. 언어를 가지고 사고할 줄 알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지구 상의 고등 동물 2. 사람이 사는 세상 3. 사람의 됨됨이 4.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마땅치 않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신체(身體) : 1. 사람의 몸 2. 갓 죽은 송장을 이르는 말

구조(構造) : 1. 부분이나 요소가 어떤 전체를 짜 이룸. 또는 그렇게 이루어진 얼개

2. =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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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투덜댐 가운데에서”는 무늬만 한글인 옮김말씨입니다. 더구나 이 대목을 임자말처럼 삼기에 더 얄궂습니다. “압권은 …… 대목입니다”도 옮김말씨예요. “……은 압권입니다” 꼴로 추슬러야 우리말씨입니다. “인간의 신체 구조”는 군더더기라 할 만해요. “우리 몸”이나 “우리 몸뚱이”라 하면 그만입니다. 우리말씨는 ‘그의’처럼 안 쓰기도 하기에 첫머리는 ‘투덜대다가’나 ‘투덜대면서’쯤으로 열면서 “우리 몸을 탓하는 대목은 무척 재미납니다”처럼 손질해 봅니다. ㅅㄴㄹ

그의 투덜댐 가운데에서 압권은 인간의 신체 구조를 탓하는 대목입니다

→ 투덜대다가 우리 몸을 탓하는 대목은 무척 재미납니다

→ 투덜대면서 우리 몸뚱이를 탓하는 대목은 참 재미있습니다

《식물 심고 그림책 읽으며 아이들과 열두 달》(이태용, 세로, 2021) 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