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 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13
ㄱ. 이 땅의 엄청난 환대 알게 될 거야
환대(歡待) :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
우리말 ‘반갑다·반기다’나 ‘기쁘다·기뻐하다’가 있으나, 적잖은 글바치는 한동안 ‘환영’이란 한자말을 쓰다가 요즈막에 ‘환대’란 한자말로 살그마니 갈아탑니다. 한자말 사이에서 헤매지 말고 우리말을 쓰면 됩니다. 우리말을 안 쓰려 하니 “이 땅의 엄청난 환대”처럼 일본·옮김말씨가 불거지고 “알게 될 거야” 같은 옮김말씨가 잇달아요. “이 땅의”는 토씨를 ‘-이’로 고치고 “엄청난 환대”는 “엄청나게 기뻐하기”로 고치며 “알게 될 거야”는 “알아”나 “알 수 있어”로 고칩니다. ㅅㄴㄹ
모두 이 땅의 엄청난 환대 때문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거야
→ 모두 이 땅이 엄청 반기기 때문인 줄 곧 알 수 있어
→ 모두 이 땅이 엄청나게 기뻐하기 때문인 줄 곧 알아
《충실한 정원사》(클라리사 에스테스/김나현 옮김, 휴먼하우스, 2017) 60쪽
ㄴ. 나의 여정 그림책 속 여정 것 같다
여정(旅程) : 여행의 과정이나 일정 ≒ 객정(客程)
우리말씨를 잊기에 “나의 여정”처럼 일본말씨를 아이들 앞에서까지 씁니다. 우리말씨로는 “내 길”이나 “내 삶”입니다. 또는 “이 길”이나 “이 삶”이라 할 노릇입니다. “-것 같다”라는 뿌리없는 말씨는 “듯하고”나 “듯싶고”로 고칠 노릇이고, 보기글이라면 “따라오기도 했고”로 고칠 만합니다. “그림책 속 여정” 같은 옮김말씨는 ‘그림책길’처럼 새말을 엮을 만해요. “그림책 삶으로”라 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나의 여정에 아이들이 따라온 것도 같고, 아이들 그림책 속 여정으로 내가 걸어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 내 길에 아이들이 따라온 듯도 싶고, 아이들 그림책길로 내가 걸어 들어간 듯도 싶다
→ 내 삶에 아이들이 따라오기도 했고, 아이들 그림책 삶으로 내가 걸어 들어가기도 했다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권윤덕·제주 어린이 33사람, 남해의봄날, 2022) 160쪽
ㄷ. 그 녀석이 그랬던 것은
우리말은 토씨를 제대로 안 쓰면 뒤죽박죽이거나 흐리멍덩합니다. 우리말은 아무것이나 임자말로 안 삼습니다. 이 보기글은 “그랬던 것은”을 임자말로 삼지만, “그 녀석”이 임자말이어야 우리말씨입니다. “그랬던 것은 …… 탓이 크다”는 옮김말씨입니다. “그 녀석은 …… 그렇게 했다”나 “그 녀석이 하는 짓은 …… 탓이 크다”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그 녀석이 그랬던 것은 할아버지 탓이 크다
→ 그 녀석은 할아버지 탓에 그렇게 했다
→ 그 녀석이 하는 짓은 할아버지 탓이 크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이연희, 봄날의책, 2022) 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