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7
― 서울 가는 길
서울에 간다. 책수다를 하러 간다. 작은딸 꽃잔치를 마치고서 새로 책이 나왔고, 이 책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서울 방배동에 있는 작은 마을책집에서 모인다고 한다. 며칠 몸살을 앓느라 어수선하고, 집안일도 있고 가게일도 있는데, 무슨 옷을 입을지도 망설인다.
“딸아, 뭘 입어야 하겠노? 뭘 입어야 나아 보일까? 시골스럽지 않을까? 아니, 시골스럽게 입어야 할까?”
내 책을 읽어 줄 사람을 만나러 간다. 내가 쓴 책에 내 이름을 또박또박 쓰고서 얼굴을 마주할 자리에 간다. 대구에서 서울 가는 기차표를 끊으면서, 서울서 대구 돌아가는 기차표도 끊는다. 그래, 난 멧길을 오르내리며 즐거운 하루이니 멧신으로 하자.
기차를 내리고서 지하철을 갈아탄다. 대구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 그래도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물어 방배동 한켠까지 간다. 세 시간 일찍 왔다. 가까운 찻집에 들어간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코를 힝 푼다. 풀고 풀고 또 푸는데 코가 자꾸 나오더니 검은피도 나온다.
“니가 쓴 풀꽃나무 책 잘 봤대이. 책이름처럼 풀꽃나무가 흐르는 이야기가 좋대이. 애썼다.”
오늘 못 만나서 아쉽다는 동무가 손전화로 띄운 쪽글을 읽는다. 오늘 못 올 듯하다던 큰딸이 좀 늦지만 오겠다는 쪽글을 받는다. 응, 큰딸이 오는구나. 좋네. 기운차려서 가야겠다. 엄마가 살아온 어제를 큰딸 곁에서 속삭여 보자.
2022. 12. 27.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