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29
푸르다
지난날에는 어디나 모두 푸른 터전이었어요. 뚝딱터(공장)나 큰고장(도시)이 따로 없던 무렵에는 쓰레기도 딱히 없었기에 어디에서나 맑고 밝게 물하고 바람이 흘렀어요. 누구나 물하고 바람을 싱그러이 마시며 살았어요. 지난날에는 ‘친환경’이나 ‘환경친화’를 딱히 헤아리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 맑거나 정갈한 터전을 그리면서 ‘녹색(綠色)’이라든지 ‘초록(草綠)’이라든지 ‘그린(green)’을 이야기하는 분이 늘어납니다. 모임(단체·정당)이나 배움터에서 이런 이름을 쓰지요. 그런데 우리말 ‘푸른’을 쓰면 될 노릇일 텐데 싶어요.
‘친환경 제품’이라면 ‘푸른것·푸른살림’이라 하면 어울립니다. ‘맑푸르다’ 같은 낱말을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맑은것·맑은살림’ 같은 이름을 쓸 수 있고, ‘맑은물·맑은바람’이나 ‘푸른물·푸른바람’ 같은 이름을 쓸 만해요. ‘파란하늘·파란바람’은 하늘빛을 가리키는 이름이면서 맑거나 정갈한 터전을 빗대는 자리에 쓸 수 있고요.
열매가 아직 안 익을 적에 풋열매라 해요. 이때에도 ‘푸르다’를 씁니다. 풋열매는 열매로 여물지 않았어도 풋풋한 기운이 싱그럽습니다. 그래서 열넷∼열아홉 살을 살아가는 또래를 두고 ‘푸름이’라 일컬을 만해요. ‘푸른넋·푸른꿈·푸른길’을 비롯해서 ‘푸른집·푸른마을·푸른배움터·푸른나라’ 같은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깨끗한 말이라면 ‘푸른말·푸른글’ 같은 이름이 어울리고, 환경책을 놓고는 ‘푸른책’이라 할 수 있어요. 이 푸름은 숲하고 이어지니 ‘숲말·숲글·숲책’이라든지 ‘숲사랑·푸름사랑’ 같은 이름을 넉넉히 쓸 만하고요.
우리 곁에 있는 푸른 기운을 헤아리면서 푸르디푸른 말마디로 푸르고푸른 이름을 지으면 즐겁습니다. 수수한 풀꽃을 아끼듯이 풀꽃사랑을 그리고, 너른 풀밭을 누리듯이 풀누리나 풀나라에서 풀지기가 됩니다. 서로 ‘푸른지기·푸른벗·푸른벗’이 되어 푸른터를 함께 가꿉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