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딸한테 2
― 글삯
일을 해서 아이를 돌보았고
일을 해서 집을 마련했고
일을 해서 자가용을 들였고
일을 해서 옷을 산다.
일만 하고 살아온 날을 돌아보다가
우리 세 아이한테
어떤 어머니로 남을까 문득 궁금했고
어쩌면 세 아이는 모두
어머니한테도
삶이 있고 생각이 있고 마음이 있는 줄
모르고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글을 배우기로 했다.
학교는 다녔지만
학교를 다녔을 뿐,
내 하루를 내 손으로 쓰는
글살림을 배운 적은 없다.
강의나 문학이나 수필이나 에세이 ……
어려웠다.
그러나 뭔가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문학이나 수필이나 에세이
여기에 시를 쓰려고 하니
처음 글을 배워서 쓰려던 뜻하고 멀어졌다.
아니,
난 우리 세 아이한테
어머니 삶을 들려주려고
글을 배우려고 하지 않았나?
이름을 내거나 이름을 얻으려고
시인이나 수필가 같은 이름을 바라려고
글을 배우지는 않았는데?
글을 써서 돈을 쥘 수 있을까?
누가 내 글을 내 책을
사줄는지 모른다.
아무도 안 읽고 안 사줄는지 모른다.
첫뜻으로 돌아가련다.
세 아이한테 들려주고
곁님한테 들려주고
우리 아버지 어머니한테
“엄마, 아빠, 내가 이렇게 글을 썼네.
함 보이소.” 하고 띄울
글을 쓰자.
글삯?
하루를 써서 남긴 글이
내 글한테 들어오는 글삯이다.
2022 12. 26.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