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이레말’은 이레에 맞추어 일곱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생각을 말에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곱게 담아내는 길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레에 맞추어 다음처럼 이야기를 폅니다.
달날 - 의 . 불날 - 적 . 물날 - 한자말 . 나무날 - 영어 .
쇠날 - 사자성어 . 흙날 - 외마디 한자말 . 해날 - 겹말
숲노래 우리말
ㄱ 겹말 손질 : 하다·선언, 삶·생활, 와닿다·거리감
‘나는 생활인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선언하는 것은 비교적 거리감이 없었다
→ ‘나는 살림꾼이다’라고 할 때에는 제법 와닿았다
→ ‘나는 살아간다’라고 할 때에는 꽤 와닿았다
생활(生活) : 1. 사람이나 동물이 일정한 환경에서 활동하며 살아감 2. 생계나 살림을 꾸려 나감 3. 조직체에서 그 구성원으로 활동함 4. 어떤 행위를 하며 살아감. 또는 그런 상태
선언(宣言) : 1. 널리 펴서 말함 2. 국가나 집단이 자기의 방침, 의견, 주장 따위를 외부에 정식으로 표명함 3. 어떤 회의의 진행에 한계를 두기 위하여 말
거리감(距離感) : 1. 어떤 대상과 일정한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느낌 2.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간격이 있다는 느낌. 보통 친숙하지 않아 서로 마음을 트고 지낼 수 없는 서먹서먹한 느낌을 이른다
보기글을 보면 첫머리에 ‘삶’이라 적고, 이내 ‘생활’이라 적습니다. 첫머리에는 “와닿지 않다”라 하고, 이윽고 “거리감이 없다”라 적어요. 겹말을 나란히 씁니다. 또한 “…라고 했을”하고 “…라고 선언하는 것”이라 적으면서 겹말이에요. 글자락 하나에 겹말이 세 군데 깃듭니다.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살펴서 가다듬어야겠습니다.
‘내 삶의 주인은 나’라고 했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나는 생활인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선언하는 것은 비교적 거리감이 없었다
→ ‘내가 삶지기’라고 할 때는 잘 안 와닿는데 ‘나는 살림꾼이다’라고 할 때에는 제법 와닿았다
→ ‘내가 삶을 짓는다’고 할 때는 잘 안 와닿는데 ‘나는 살아간다’라고 할 때에는 꽤 와닿았다
《동네 헌책방에서 이반 일리치를 읽다》(윤성근, 산지니, 2018) 10쪽
ㄴ 겹말 손질 : 물은 액체, 출렁 파도
물은 액체이기 때문에 … 출렁거리면서 파도가 일어나
→ 물은 무르기 때문에 … 출렁거려
→ 물은 말랑하기 때문에 … 출렁거려
물 : 1. 자연계에 강, 호수, 바다, 지하수 따위의 형태로 널리 분포하는 액체
액체(液體) : [전기·전자] 일정한 부피는 가졌으나 일정한 형태를 가지지 못한 물질
출렁거리다 : 1. 물 따위가 큰 물결을 이루며 자꾸 흔들리다. ‘줄렁거리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2. 몹시 번화하게 넘쳐 나다 ≒ 출렁대다 3. 가슴이 몹시 설레다
파도(波濤) : 1. 바다에 이는 물결 2. 맹렬한 기세로 일어나는 어떤 사회적 운동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강렬한 심리적 충동이나 움직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리말 ‘물’을 한자로 옮기니 ‘액체’입니다. 우리말 ‘출렁거리다’를 한자로 옮기면 ‘파도’예요. 말뜻하고 말결을 제대로 안 짚기에 뜬금없이 겹말을 쓰고 맙니다.
물은 액체이기 때문에 바람이 불거나 충격을 받으면 출렁거리면서 파도가 일어나
→ 물은 무르기 때문에 바람이 불거나 건드리면 출렁거려
→ 물은 말랑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거나 건드리면 출렁거려
《세상이 보이는 한자》(장인용, 책과함께어린이, 2020) 53쪽
ㄷ 겹말 손질 : 식전 댓바람
식전 댓바람부터
→ 댓바람부터
→ 아침 일찍
식전(食前) 1. 식사하기 전 2. 아침밥을 먹기 전이란 뜻으로, 이른 아침을 이르는 말
댓바람 : 1. 일이나 때를 당하여 서슴지 않고 당장 2. 일이나 때를 당하여 단 한 번 3. 아주 이른 시간
아주 이른 때를 ‘댓바람’이라 합니다. 아직 아침밥을 안 먹은 이른 때를 한자말로 ‘식전’이라 해요. “식전 댓바람”은 겹말입니다. ‘댓바람’만 쓰거나 “아침 일찍”이라 하면 되어요.
식전 댓바람부터 책방 앞에
→ 댓바람부터 책집 앞에
→ 아침 일찍 책집 앞에
《숲속책방 천일야화》(백창화, 남해의봄날, 2021) 30쪽
ㄹ 겹말 손질 : 항상 늘상
항상 하는 놀이 … 늘상 하던
→ 늘 하는 놀이 … 했다
→ 하는 놀이 … 늘 했다
항상(恒常) : 언제나 변함없이
늘상(-常) : → 늘
늘 : 계속하여 언제나
한자말 ‘항상’하고 외마디 한자말 ‘늘상’은 우리말로는 ‘늘’이나 ‘언제나’를 가리킵니다. 짤막한 보기글에 ‘항상·늘상’을 잇달아 쓰는데, ‘늘’이나 ‘언제나’를 한 곳에만 넣으면 됩니다.
새로운 동네에 가면 항상 하는 놀이로 한국에서도 늘상 하던 일이다
→ 새로운 마을에 가면 늘 하는 놀이로 한국에서도 했다
→ 새로운 마을에 가면 하는 놀이로 한국에서도 늘 했다
《마산·진해·창원》(김대홍, 가지, 2018) 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