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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50 그림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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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노래

곁말 50 그림잎

우리 아버지는 어린배움터 길잡이(국민학교 교사)로 일하며 글월(편지)을 자주 주고받았어요. 집전화조차 흔하지 않던 지난날에는, 손바닥만큼 작은 종이에 짤막히 알릴 이야기를 적어서 곧잘 띄웠어요. 우체국에서 “작은 종이”를 사서 부치기도 하지만, 두꺼운종이를 알맞게 자르고 그림을 척척 담아 날개꽃(우표)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작은 종이”는 ‘엽서’라고 합니다. 어릴 적에는 어른들이 쓰는 말을 곧이곧대로 외워서 썼는데, 저 스스로 어른이란 자리로 나아가는 동안 자꾸 생각해 보았어요. 가을이면 가랑잎을 주워 알맞게 말리고서 한두 마디나 한 줄쯤 적어서 동무한테 건네었어요. 이러다가 새삼스레 느껴요. “작은 종이”를 “잎에 적는 글”을 가리키듯 ‘잎(葉) + 글(書)’이란 얼개이니, 우리말로는 ‘잎글’이라 할 만하더군요. ‘잎쪽’이나 ‘잎종이’라 할 수 있을 테고요. 잎글에 그림을 담으면 ‘그림잎글’입니다. 가랑잎이건 나뭇잎이건, 글을 슬며시 적어서 건네면 그야말로 ‘잎글월’인데, ‘잎글’에 날개꽃을 붙여 띄우듯, ‘그림잎글’이란 낱말에 날개를 달고 싶어요. 끝말 ‘-글’을 떼어 ‘그림잎’이라고 읊어 봅니다. 온누리 어느 곳이나 나무가 우거져 푸르기를 바라며 이야기 한 자락 띄우려 합니다.

그림잎 (그림 + 잎) : 한쪽에는 그림·빛꽃(사진)을 담고, 다른 한쪽에는 이야기를 적도록 꾸민 조그마한 종이로, 날개꽃(우표)을 붙여서 가볍게 띄운다. 나무가 맺는 잎이 바람·물결을 타고서 가볍게 멀리 나아가듯, 조그마한 종이에 그림·글·이야기를 엮어서 가볍게 띄우는 종이. (= 그림잎글 ← 그림엽서(-葉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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