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노래꽃
내가 안 쓰는 말. 남자
남자란
바보같은 놈이야
스스로 못 깨닫고
곁에서 알려주면 뒷북이지
남자란
나무로 설 수 있고
날개를 펼 수 있고
노래를 할 수 있어
남자란
날(낳을) 적에는 아직 몰라도
날(나을) 적에는 확 달라지지
너도 알 테야
나긋나긋 알려주렴
느긋느긋 속삭이렴
온 나날을 사랑으로
너나없이 우리로서
ㅅㄴㄹ
‘남자’는 ‘男子’처럼 한자를 적습니다. ‘밭(田) + 힘(力)’입니다. 우리말로는 ‘가시버시’에서 ‘버시’가 ‘남자’요, ‘버시 = 벗’이며, 시골말로는 ‘머스마(머스매)’이고, 이 오랜 우리말은 ‘머슴’하고 맞닿습니다. ‘머슴’이란, 스스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남이 시키는 일을 맡아서 해주고는 일삯을 돈이나 밥으로 받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머슴이란 일꾼은 ‘사내(남자)’입니다. 곧, 우리말 ‘머슴’이나 한자말 ‘男子’나 “시키는 일을 고분고분 힘으로 맡는 사람”인 셈입니다. 우리말이나 한자말이 왜 이런 밑뿌리를 낱말에 담았는가 하고 돌아본다면, 참말로 사내(돌이·남자)는 처음부터 스스로 생각해 보기보다는 남(순이·여자)이 들려주는 말과 모습에 따라 달라져요. 나이를 먹어도 덜 철드는 몸이 “머슴·남자”라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뒷북처럼 뒤늦게 철들더라도, 곁에서 순이(여자)가 언제나 사랑으로 속삭여 준다면 천천히 느끼고 알아보면서 어질게 살아가며 비로소 ‘아버지’로서 ‘어버이’ 구실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머스마(남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