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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1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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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우리말 살려쓰기

다듬읽기 1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

황진희

호호아

2022.6.30.

《우리는 서로의 그림책입니다》(황진희, 호호아, 2022)를 읽었습니다. 일본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뜻깊게 하시는구나 싶으면서도, ‘우리말씨’를 미처 살피지 못 하는 대목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부터 볼 뿐 아니라, 아기가 어버이 목소리로 듣는 책입니다. 그래서 그림책이란, 다른 어느 책보다 토씨 하나를 더 가다듬고 낱말 하나를 새로 추슬러서, ‘무늬만 한글’인 책이 아닌 ‘알맹이로 수수하게 우리 살림살이를 숲빛으로 밝히는 이야기꽃’으로 여미려고 할 적에 ‘옮김(번역)’을 이룬다고 느낍니다. 어린이하고 함께 읽는 그림책을 우리말로 슬기롭고 어질게 옮기자면 ‘어른끼리 주고받는 말’이라든지 ‘어른이 읽을 책에 쓰는 글’부터 ‘더 쉽고 수수하게 손질한 우리말씨’일 수 있어야 합니다. 늘 온마음을 기울여야 글쓰기와 글옮김을 ‘어른답’게 ‘철든’ 눈빛으로 하게 마련입니다.

진행하는 방법도 매번 조금씩 변주한다

→ 늘 조금씩 다르게 이끈다

→ 으레 조금씩 새롭게 꾸린다

→ 그때그때 조금씩 바꾸어 본다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나면 마음이 느긋하다

→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나면 마음이 가볍다

다른 나라의 말을 오류 없이 읽어내서

→ 다른 나라 말을 바르게 읽어내서

→ 다른 나라 말을 옳게 읽어내서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문장을 다듬는 일을 한다

→ 우리말결을 부드럽게 살리는 일을 한다

→ 우리말씨로 매끄럽게 다듬는다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했다

→ 서울로 오는 내내 꿈을 꾸는 듯했다

→ 서울로 오는 내내 꿈을 꾸듯 멍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로 홈런을 쳐 봤냐고 묻는다면

→ 누가 나한테 가장 좋아하는 일로 꿈을 이뤄 봤냐고 묻는다면

→ 누가 나한테 가장 좋아하는 일로 휙 넘겨 봤냐고 묻는다면

어린이가 가진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확장해 주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데다

→ 어린이다운 꿈나래를 마음껏 넓혀 주는 이야기가 사로잡는 데다

→ 어린이스런 꿈날개를 마음껏 살려 주는 이야기가 사로잡는 데다

아이들과 그림책의 만남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 아이들과 그림책은 나름대로 잘 만났다

→ 아이들은 그림책을 퍽 즐겁게 만났다

양육자들의 답은 여러 가지이다

→ 어버이들은 여러 가지로 말한다

→ 어버이 말씀은 여러 가지이다

할아버지의 낮고 포근한 목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음표처럼 날아다녔다

→ 낮고 포근한 할아버지 목소리가 아름다이 맞물려 콩나물처럼 날아다녔다

→ 할아버지 목소리는 낮고 포근히 아름다워서 가락빛처럼 날아다녔다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 꽃소리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 멋스럽다는 말이 바로 떠올랐다

우리는 속사포처럼 질문을 던졌고

→ 우리는 화다닥 여쭈었고

→ 우리는 잇달아 물어봤고

→ 우리는 쉬잖고 물었고

→ 우리는 마구마구 여쭙고

이 짧은 질문을 통해 잠시나마 나를 생각해 본다

→ 이 짧은 말로 살짝이나마 나를 생각해 본다

→ 이렇게 가볍게 물으며 문득 나를 생각해 본다

존재하는 많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 다 다른 숨결을 받아들이는 마음을

→ 저마다 다른 빛을 받아들이는 숨길을

→ 모두 다른 숨빛을 받아들이는 길을

그림책 테라피는 그림책을 통해서 나를 들여다보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 그림책 달래기는 그림책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이웃을 헤아리는 길이다

→ 그림책 보듬기는 그림책을 펴며 나를 들여다보고, 너를 돌아보는 일이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