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숲하루가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에 보고 먹고 만지며 가지고 놀던 풀꽃나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마을 뒷산은 낮은 등성이가 갈래로 길게 이어졌어요. 골 따라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지요. 그때는 몰랐지만, 돌아보니 우리가 숲을 헤쳐도 숲은 우리를 키웠어요.
나무를 잘라서 불을 때던 때는 숲이 우거지지 않았어요. 어린 우리한테는 놀이터가 되어 주었어요. 논밭 못과 숲에는 철마다 먹을거리가 나오고 모두가 놀이감이에요. 먹을거리가 하도 없어 배가 고파 먹었지만, 우리 몸에 좋다는 것만 먹은 셈이예요.
풀 한 포기가 밥이 되고 반찬이 되고 나무 한 포기가 맺은 열매를 먹고 소나무를 벗겨 먹었어요. 먹고 사는 일이 가장 큰 일이던 때라 배움도 뒷전이었어요. 남새가 우리 등록금이 되어 주고 어머니 아버지 허리를 펴 주었어요.
그때 아이들이 커서 마을을 떠나고 민둥산이던 숲이 이제야 나무가 우거져서 바람이 맑게 깃드는 마을이 되었어요. 빈집이 늘어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면 마을이 묻힐지도 몰라요. 이 책은 한 마을에서 살림을 해온, 골과 밭과 들과 숲 이름을 살리고, 어머니가 쓰던 구수한 말을 살리고, 풀꽃나무가 우리 몸을 이바지하는 풀꽃수다(식물도감)가 스민 책입니다. 쉽게 쓰려고 애쓴 책입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자주 듣던 옛날이야기처럼, 새로 자라는 아이한테 우리말로 들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책입니다.
도시에 살던 어르신도 잘 모르는 풀꽃나무가 있고, 잿빛으로 높은 집이 빼곡하게 늘어나느라, 숲이 자꾸 터전을 잃어가요. 숲이 잘 살아야 우리도 살아요. 숲에 깃든 풀꽃나무가 약이요 옷이요 먹을거리예요. 푸른숲을 가꾸고 푸른마음으로 새싹이 자라는 어린아이에서 청소년까지 어버이에서 어르신까지 고루 읽을 만한 책이라고 여겨 주신다면 고맙습니다. 우리를 키운 풀꽃나무가 깃든 숲처럼 널리 읽히기를 바라며 종이숲으로 여러분 곁으로 다가갑니다.
2022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스토리닷,2022)
2022
《꽃의 실험》(그루,2021)
2023.07.21.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