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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말 70 바다빗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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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곁말’은 곁에 두면서 마음과 생각을 살찌우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말입니다. 낱말책에는 아직 없습니다. 글을 쓰는 숲노래가 지은 낱말입니다. 곁에 어떤 낱말을 놓으면서 마음이며 생각을 빛낼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곁말’ 이야기를 단출히 적어 봅니다.

 

숲노래 곁말/숲노래 말빛

곁말 70 바다빗질

어릴 적 살던 인천에서는 바닷가를 보기가 만만하지 않았어요. 쇠가시울타리가 높고 길게 뻗었거든요. 개구멍을 내어 드나들었고, 가까운 영종섬으로 배를 타고 갔습니다. 뻘바다는 모래밭이 적으니 먼곳에서 물결에 쓸려온 살림을 구경하는 일은 드뭅니다. 모래밭이 넓은 곳에서는 물결 따라 쓸린 살림이 많아요. 때로는 빈병이, 조개껍데기가, 돌이, 쓰레기가 쓸려옵니다. 어느 나라부터 물결을 타고 머나먼 길을 흘렀을까요. 우리나라부터 흘러갈 살림이나 쓰레기는 어느 이웃나라 바닷가까지 나들이를 갈까요. 바닷가 사람들은 으레 줍습니다. 살림이라면 되살리도록 줍고, 쓰레기라면 치우려고 줍습니다. ‘해변정화’ 같은 어려운 말은 몰라도 바닷가를 빗질을 하듯 찬찬히 거닐면서 물결노래를 듣는 하루를 건사합니다. 머리카락을 가만가만 빗질을 하며 가지런하고 티끌을 떨어냅니다. 바닷가를 다독다독 어루만지면서 깔끔하며 싱그러이 보듬습니다. ‘바다빗질’을 하듯 ‘숲빗질’이나 ‘하늘빗질’을 할 만합니다. 빗을 놀리니 빗질이고, 비(빗자루)를 놀리면 비질입니다. 스웨덴이란 먼나라에서는 ‘플로깅’을 한다면, 우리는 ‘골목빗질·마을빗질’을 할 만해요. 들도 냇물도 찬찬히 빗질하고, 마음이며 생각도 천천히 빗질해요.

바다빗질 (바다 + 비 + ㅅ + 질) : 바닷가를 빗질하는 일. 물결에 밀려서 바닷가에 쌓인 것을 빗질을 하듯이 줍거나 치우는 일. 바닷가에 밀려든 쓰레기를 빗질을 하듯 깔끔하게 줍거나 치우는 일. (← 비치코밍beachcombing, 해변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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