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시작 그 앞 충분 준비되어 있지 -움을 겪어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충분하다(充分-) :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
준비(準備) : 미리 마련하여 갖춤
처음 하기에 새롭습니다. 새롭게 하니 처음입니다. “새롭게 시작했지만”은 겹말입니다. “새롭게 나섰지만”이나 “처음으로 하지만”으로 손봅니다. 우리는 앞말을 받을 적에 ‘이’를 쓰는데, 이 보기글에 나오는 “그 앞에서”는 군더더기이기도 하고 옮김말씨입니다. 첫걸음에 나서되 아직 추스르지 않거나 덜되었다면, 때로는 두렵거나 떨거나 걱정할 수 있어요. 낯설기에 틀리거나 어긋날 수 있을 텐데, 처음으로 하기에 여태 알지 못 하던 길을 보고 느끼고 배우기도 합니다. ㅅㄴㄹ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했지만 그 앞에서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을 겪어 본 이들에게
→ 일을 새롭게 하지만 미처 추스르지 않았다고 여겨 두려운 이한테
→ 새롭게 나아가지만 아직 덜되었다고 여겨 두려운 이한테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 11쪽
ㄴ. 나의 세계 확장 나의 마음
세계(世界) : 1. 지구상의 모든 나라. 또는 인류 사회 전체 2. 집단적 범위를 지닌 특정 사회나 영역 3. 대상이나 현상의 모든 범위
확장(擴張) : 범위, 규모, 세력 따위를 늘려서 넓힘
일본에서는 영어 ‘my’를 ‘私の’로 옮겼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이 옮긴 영어 낱말책 뜻풀이를 고스란히 따오면서 ‘나의’로 적고 가르쳤습니다. 이제는 낡은 일본말씨를 털어내고서 우리말씨를 찾아야지 싶어요. “나의 세계”는 “내 눈”이나 “내 품”으로 손볼 만한데, ‘내’를 덜고서 ‘눈’이나 ‘품’으로만 적으면 한결 매끄럽습니다. “나의 쓰고 싶은 마음”은 “내가 쓰고 싶은 마음”으로 손볼 노릇인데, 이때에도 ‘내가’를 덜 적에 훨씬 매끄러워요. ㅅㄴㄹ
읽기는 나의 세계를 확장하고, 나의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 읽으며 품을 넓히고,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 읽기에 눈을 키우고, 쓰고 싶은 마음을 끌어낸다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 10쪽
ㄷ. 그 기분, 그것을 재현 나의 중심
기분(氣分) : 1. 대상·환경 따위에 따라 마음에 절로 생기며 한동안 지속되는, 유쾌함이나 불쾌함 따위의 감정 ≒ 기의(氣意) 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나 분위기
재현(再現) : 1. 다시 나타남. 또는 다시 나타냄 2. [심리] = 재생(再生)
중심(中心)’은 “1. 사물의 한가운데 2. 사물이나 행동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부분 3. 확고한 주관이나 줏대
우리말 ‘마음’을 한자말로 옮기면 ‘기분’입니다. 보기글은 ‘기분·마음’을 나란히 적으니 겹말이에요. 첫머리 “그 기분, 그것을”은 옮김말씨입니다. 한껏 꾸민 글을 통째로 손질해서 “나는 + 이 마음을 + 살려서 + 쓰고 싶다”로 적을 만합니다. “나는 + 이런 마음을 + 글로 + 살리고 싶다”로 손질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그 기분, 그것을 재현하고 싶다는 바람이 나의 쓰고 싶다는 마음 중심에 있다
→ 나는 이 마음을 살려서 쓰고 싶다
→ 나는 이런 마음을 글로 살리고 싶다
《책과 우연들》(김초엽, 열림원, 2022) 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