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 풀꽃
풀은 철마다 푸르게 자랍니다. 오늘은 다리를 지나면서 냇가를 바라보았습니다. 큰물에 말끔히 쓸려간 듯 자갈밭을 이루는 밭둑을 봅니다. 아직 겨울이라 풀이 돋지는 않습니다. 곧 봄을 맞이하면 푸릇푸릇 풀이 올라올 테지요. 풀은 작지만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겨울이 가라앉을 무렵에 돋는 냉이를 비롯한 봄맞이풀을 보며 설렙니다. 풀이 돋는 곳에는 꼭 꽃이 있습니다. 먼저 줄기가 나오고, 잎이 퍼지면서, 꽃이 핍니다. 언제나 ‘풀’이면서 ‘풀꽃’입니다. 모든 풀은 꽃을 품은 푸른빛입니다. 나는 이 풀꽃을 좋아합니다. 나는 이 풀꽃이 퍼뜨리는 작은 풀씨를 좋아합니다. 풀꽃을 닮은 우리말을 좋아합니다. 봄볕을 머금고서 온누리를 푸르게 덮는 풀꽃처럼 우리가 쓰는 말도 푸르게 빛나기를 바랍니다. 풀 한 포기는 굳이 꾸미지 않으면서 싱그럽듯, 꾸밈없이 쓰는 우리말도 아름답습니다.
2023.12.2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