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2 쪼개다
쪼개면 작습니다. 바위가 부서지면 돌이 되고, 돌을 쪼개어 자갈에 조약돌이에요. 비바람에 부서져 흙입니다. 돌멩이가 깎이면서 모래알입니다. 말도 잘게 쪼개어 마음을 담을 수 있습니다. 모래알 같거나 바위 같아도 기쁩니다. 마음에는 크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말만 키우면 큰돌처럼 무겁습니다. 기쁘면 얼싸안고 손뼉을 치고 껑충껑충 뜁니다. 겉치레를 쪼개어 내면 어느새 날듯이 가볍고 그림이 또렷합니다. 겨울 기스락을 봅니다. 모래밭으로 밀려오는 물결이 쓸고 가면서 모래알은 촘촘하고 판판합니다. 출렁이며 밀려오는 물결이 바위에 부딪치니 하얗게 메밀꽃입니다. 글도 말도 삶도 쪼개어 보면, 할 말도 많고 자잘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작은 물줄기를 따라가면 모두 다른 삶결이 만나요. 한 꼭지 두 꼭지 다시 모읍니다. 조각보를 잇대어 꾸러미로 다시 태어납니다. 쪼개고 쪼개어도 알맹이는 그대로입니다.
2023.12.20.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