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5 발바닥
태어난 아기 발바닥을 착 찍어요. 통통한 발에 간지럼을 태우면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활짝 펴요. 어른은 발바닥을 한껏 오므려요. 까치발로 딛고 서다가 뒤꿈치를 써요. 맨바닥에서는 발바닥이 미끄러워요. 쭉쭉 발밀이를 해요. 발을 동동 굴러요. 어리광을 부리며 발부림을 쳐요. 지치도록 울며 발버둥도 쳐요. 발바닥은 발바심을 해요. 싫으면 발뺌하고요. 발삯을 받으려고 심부름도 잘해요. 발바닥은 우리 몸 기둥입니다. 뭉개거나 납작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발바닥 가운데는 무지개 꼴로 버팁니다. 몸이 앉거나 누우면 일어나 하늘을 봐요. 가끔 맨발로 걸으며 달랩니다. 땀을 흘리면 발가락 사이에서 고린내가 나요. 발바닥은 길라잡이입니다. 발이 지나가면 발자취를 남깁니다. 고마운 발을 따뜻하게 덮어줍니다. 발바닥을 믿고 스스로 삶을 다 걸어갑니다. 건너뛰지 않아요. 한 걸음 두 걸음 발밤발밤을 합니다.
2023.12.25.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