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빠른 성장 가능
지구(地球) : [천문] 태양에서 셋째로 가까운 행성 ≒ 대괴·혼원구
성장(成長) : 1. 사람이나 동식물 따위가 자라서 점점 커짐
가능(可能) : 할 수 있거나 될 수 있음
우리말을 마치 영어처럼 쓰려 하니 “빠른 성장”처럼 ㄴ을 받쳐서 뒷말을 받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씨는 “빠르게 성장”입니다. 보기글은 ‘성장 + 가능’처럼 한자말을 곧장 이으려고 하느라 토씨를 얄궂게 붙였어요. 한자말 ‘가능’은 “할 수 있다”나 “될 수 있다”를 뜻합니다만, 이 글자락에서는 “빠르게 자랐습니다”나 “빠르게 컸습니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ㅅㄴㄹ
지구는 빠른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 푸른별은 빠르게 자랐습니다
→ 푸른별은 휙휙 컸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3) 21쪽
ㄴ. 음식의 선택 많은 문제
음식(飮食) : 1.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이나 국 따위의 물건 ≒ 식선(食膳)·찬선(饌膳) 2. = 음식물
선택(選擇) : 1.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음 ≒ 초택(抄擇)·취택·택취(擇取)
문제(問題) : 1. 해답을 요구하는 물음 2. 논쟁, 논의, 연구 따위의 대상이 되는 것 3.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 4. 귀찮은 일이나 말썽 5. 어떤 사물과 관련되는 일
“한 끼니”나 “두 끼니”처럼 적으려면 띄어야 맞을 텐데, ‘일일일식’이나 ‘일일삼식’처럼 쓰는 한자말은 붙이곤 하더군요. 하루에 몇 끼니를 먹느냐를 헤아리는 우리말도 ‘한끼·두끼·세끼’처럼 단출하게 새말을 여밀 만합니다. ‘끼’나 ‘끼니’는 ‘밥’을 가리켜요. “한 끼 음식”이라 적은 보기글은 겹말입니다. ‘-의 + 선택’은 일본말씨입니다. ‘-를 + 골라도’나 ‘-를 + 먹어도’로 고쳐씁니다. 말썽은 많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많은 문제”란 없어요. “문제가 많을 수”는 있답니다. ㅅㄴㄹ
한 끼 음식의 선택에도 이렇게 많은 문제가 따를 수 있습니다
→ 한끼를 골라도 이렇게 말썽이 많을 수 있습니다
→ 한끼를 먹는데도 이렇게 나쁠 수 있습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3) 151쪽
ㄷ. 수습하는 쪽을 택하고 있
수습(收拾) : 1. 흩어진 재산이나 물건을 거두어 정돈함 ≒ 수쇄(收刷) 2. 어수선한 사태를 거두어 바로잡음 3.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히어 바로잡음
택하다(擇-) : 여럿 가운데서 고르다
말이나 글을 길게 늘어뜨리는 쪽으로 가야 말맛이나 글결이 살지 않습니다. 나타내려는 뜻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길을 가야 말결이며 글빛이 살아납니다. 보기글은 “-고 있다”부터 군더더기이고, “수습하는 쪽을 택하고 있어요”는 일부러 늘어뜨리면서 멋을 부렸다고 여길 만합니다. 단출히 “때워요”라 하면 됩니다. 조금 길게 “매만져요”나 “다듬어요”라 할 수 있고, “가다듬어요”나 “손질합니다”라 해도 어울립니다. ㅅㄴㄹ
그때그때 수습하는 쪽을 택하고 있어요
→ 그때그때 때워요
→ 그때그때 매만져요
→ 그때그때 다듬어요
《미래 세대를 위한 채식과 동물권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3) 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