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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7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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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7 읽는다

 

아침마다 골마루 꽃밭을 읽습니다. “잘 잤냐?” 손으로 쓰다듬고 물을 뿌려요. 한해살이 풀꽃이 세 해 넘게 숨을 쉽니다. 눈빛과 손빛으로 돌봅니다. 오늘은 어쩐지 어깨가 아픕니다. 찌릿하더니 손끝부터 힘이 툭 떨어져요. 찌릿한 채 하루를 보냅니다. 어깨를 툭툭 털면서 책을 읽다가, 이 글을 쓴 분이 어떤 마음인가 하고 헤아립니다. 나라면 어떻게 글을 써 볼까 하고 생각합니다. 일을 쉴 적에 책을 읽고, 다시 일을 할 적에는 일터만 살핍니다. 짝꿍하고 나누는 말도, 일터에서 오가는 말도, 서로 마음이 오가는 징검다리입니다. 말을 주고받으니 마음을 읽고, 말을 글로 담으니 책이 태어납니다. 늦은저녁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우리 집 꽃밭을 돌아봅니다. “잘 있었니?” 나는 풀꽃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서로 눈망울을 읽고 싶어요. 풀꽃하고 나 사이에 오간 말을 글로 옮기고 싶어요.

 

 

 

2024. 1. 2.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