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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9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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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9 서툴다

 

조금만 바꿀 뿐인데 얼굴빛이 따뜻하게 보입니다. 아니, 마음을 바꾸면 얼굴빛도 매무새도 다르게 보입니다. 처음 하는 일은 누구나 서툴지만, 스스럼없이 하면 늘 새롭게 배우면서 씩씩합니다. 입술을 바르고 볼을 하얗게 발라야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맨낯으로 해를 보고 바람을 쐬고 물로 씻을 적에 튼튼하면서 싱그러워요. 생각해 보면, 얼굴을 꾸미느라 품을 안 들이니, 마음을 가꾸는 일에 품을 들일 만합니다. 옷을 곱게 차리는 데에 마음을 안 기울이니, 일손이 좀 서툴더라도 언제나 즐겁게 배울 만합니다. 섣불리 나서니까 서툴어요. 서툰데 밀어붙이니 싸워요. 싸우니 시끄러워요. 아직 잘 모르니 물어보면서 하나하나 배워요. 하나씩 배우니 천천히 가닥을 잡아요. 하고 해보고 다시 하는 동안 손발을 맞추고, 마음에 담을 생각을 북돋웁니다. 물이 흐르듯 말을 하고 싶고, 물빛으로 말빛을 돌보고 싶습니다.

 

 

2024. 01. 07.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