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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12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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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글님 ]

 

우리말 12 겨울나기

 

겨울을 앞두면, 우리 어머니는 으레 빨간김치 하얀김치를 독에 담습니다. 처마 밑에는 무잎과 배춧잎을 널어서 시래기로 말려요. 아버지는 여름에 나무를 베어 말려요. 톱으로도 도끼로도 땔나무를 쪼개요. 멧골짝 겨울은 더 일찍 오고 더 춥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엄마아빠가 장작을 피워서 밥을 짓고 물을 데우고 소죽을 끓이고 메주를 쑤고 조청을 고고 두부를 찌고 팥죽을 끓이고 호밤벅벅을 했어요. 나는 이 곁에서 말랑감에 고욤에 배추뿌리에 고구마를 겨우내 주전부리로 삼으면서 산수유를 바수었습니다. 문득 돌아보면, 오늘 나는 대구라는 큰고장에서 딱히 대수로이 겨울나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장작을 안 패도 겨울 걱정이 없어요. 매운바람에도 꽃눈이 부푸는 겨울 끝에 겨울나기를 돌아봅니다. 이미 겨울은 저물어 가지만, 어떤 살림으로 새해를 맞이했는지 되새깁니다.

 

2024. 2. 4.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