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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43 살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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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말 좀 생각합시다’는 우리를 둘러싼 숱한 말을 가만히 보면서 어떻게 마음을 더 쓰면 한결 즐거우면서 쉽고 아름답고 재미나고 사랑스레 말빛을 살리거나 가꿀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말 좀 생각합시다 43

 

살림돈

 

  아이나 어른 모두 ‘용돈’이라는 말을 쉽고 흔하게 씁니다. 이 말을 깊이 헤아린다거나 고치자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지 싶습니다. 저마다 ‘용돈’을 타려 하고, 받으려 하며, 주곤 합니다.

 

  ‘용돈(用-)’이란 무엇일까요. 낱말책을 살피면 “개인이 자질구레하게 쓰는 돈. 또는 특별한 목적을 갖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나 어쩐지 엉성합니다. 모자라요. 자질구레하게 쓰기만 하는 돈일까요? 딱히 뜻이 없이 마음껏 쓰는 돈일까요?

 

  ‘용돈’이라는 이름으로 주거나 받거나 건사하거나 다루는 돈은 아무래도 쓰임새가 한결 넓습니다. 그리고 ‘자질구레하게 쓰는’ 같은 대목은 안 어울려요. 저는 이를 여덟 살부터 느꼈습니다. 그해에 어린배움터 첫걸음이었고, 배움터를 오갈 적에 길삯을 내거나 글살림을 살 적에 쓰라며 처음으로 ‘용돈’을 받았어요. 그런데 ‘돈’은 알아들어도 ‘용’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어머니한테 여쭈었지요. “어머니, 그런데 ‘용돈’이 뭐예요?” “‘용돈’? 음, 그러니까, 너 쓰라고 주는 돈이야.” 제가 낱말책에서 스스로 용돈이란 낱말을 찾아본 때는 열여덟 살이었지 싶어요. 어릴 적에는 어머니 말씀대로만 생각했어요. 좀 아쉬운 풀이였지만 다른 일을 떠올리느라 뒤로 미뤘지요. 이러다가 ‘쓰다(用) + 돈’이기에 ‘쓸돈’인데, ‘用-’이란 한자를 어설피 붙인 줄 깨닫습니다. 한자를 안 쓸 까닭은 없습니다만 안 어울리게 붙인 셈이에요. 그렇다면 용돈은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쓸까요?

 

  크거나 작게 스스로 살림을 꾸리려고 하면서 즐겁게 씁니다. 낱말책에는 아직도 ‘살림돈’이란 낱말이 없어요. 뜻밖이지요. 살림을 꾸리는 사람이면 누구나 살림돈을 쓸 텐데, ‘생활비(生活費)’하고 ‘생계비(生計費)’라는 한자말만 있어요. 우리 낱말책은 ‘살림말’을 올림말로 다루면서 여러 뜻을 잘 나누어 풀이해야겠는데, 이 가운데 하나는 바로 “즐겁게 여러모로 쓰는 돈”이란 쓰임새예요. 아이도 어른도 요조모조 살림을 하는 ‘살림돈’이고, ‘곁돈’입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