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하늘 아래 것 완전 것
완전(完全) :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추어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
하늘이나 구름이나 나무를 놓고서 볼 적에는 “하늘 밑”이나 “구름 밑”이나 “나무 밑”이라고 가리킵니다. ‘발밑’이나 ‘눈밑’이에요. 이 보기글은 ‘것’을 잇달아 쓰는데, 둘 다 털어냅니다. ‘처음’을 힘주어 가리키고 싶다면 “아주 처음”이나 “오롯이 처음”이라 하면 되어요. ㅅㄴㄹ
하늘 아래 어떤 것도 완전 처음인 것은 없습니다
→ 이 하늘에 무엇도 아주 처음은 없습니다
→ 온하늘에 어느 하나도 아주 처음이 아닙니다
《여기는 규장각》(손주현, 책과함께어린이, 2023) 6쪽
ㄴ. 필수불가결 역할 단순 대상 대해서 무시
필수불가결 : x
필수(必須) : 꼭 있어야 하거나 하여야 함
불가결(不可缺) : 없어서는 아니 됨 ≒ 불가무
역할(役割) : 자기가 마땅히 하여야 할 맡은 바 직책이나 임무. ‘구실’, ‘소임’, ‘할 일’로 순화
단순하다(單純-) : 1.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2. 외곬으로 순진하고 어수룩하다
대상(對象) : 1. 어떤 일의 상대 또는 목표나 목적이 되는 것
대하다(對-) : 1. 마주 향하여 있다 2.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3.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4. 작품 따위를 직접 읽거나 감상하다
무시(無視) : 1. 사물의 존재 의의나 가치를 알아주지 아니함 2.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김
우리말은 토씨만 있지 않습니다. 토씨만 우리말이라면 글자락이 가난합니다. 꼭 써야 한다면 이웃말을 들일 수 있되, 먼저 우리말부터 밑감으로 삼고 든든히 다스리면서 말살림을 북돋울 노릇이에요. 말 한 마디는 수수하되 여러모로 제몫을 합니다. 마음을 담는 말이기에 무엇을 보거나 그리려 하는지 헤아릴 일이에요. 그저 얕보거나 깔보거나 낮보려는 마음이 터럭만큼이라도 있다면, 그만 말빛도 말넋도 잊다가 잃고 말아요. 우리 곁에 흐르는 작은 말씨앗 하나를 눈여겨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하는 단순한 대상에 대해서는 그저 무시하거나 잊었다고밖에
→ 밑감으로 삼는 수수한 일은 그저 얕보거나 잊었다고밖에
→ 살림 구실인 작은 것은 그저 깔보거나 잊었다고밖에
《연필》(헨리 페트로스키/홍성림 옮김, 서해문집, 2020) 17쪽
ㄷ. 소시지 간단한 식사 하고 있다
소시지(sausage) : 으깨어 양념한 고기를 돼지 창자나 인공 케이싱에 채워 만든 가공식품
간단하다(簡單-) : 1. 단순하고 간략하다 2. 간편하고 단출하다 3. 단순하고 손쉽다
식사(食事) : 끼니로 음식을 먹음
이웃말 ‘소시지’는 그냥 쓸 수 있으나, ‘고기떡’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밥을 먹는다면 “밥을 먹다”라 하거나, 단출히 ‘먹다’라 하면 되어요. 그런데 “간단한 밥”이나 “간단한 식사”는 없습니다. 우리말은 이렇게 안 써요. ‘가볍게’ 먹는다거나 ‘단출히’ 먹는다고 말합니다. “-ㄴ 식사를 하고 있다” 꼴은 아주 옮김말씨입니다. ㅅㄴㄹ
소시지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 고기떡을 가볍게 먹는다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장 자끄 상뻬/최영선 옮김, 별천지, 1998) 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