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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17 잎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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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하루 글님 ]

 

우리말 17 잎망울

 

매화나무 한 그루에 꽃이 활짝 핍니다. 가지 끝에는 잎망울이 알알이 맺힙니다. 활짝 핀 꽃에는 벌이 바쁩니다. 잎망울은 먼저 피어난 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벌이 일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깨어나려고 합니다. 산수유도 잎망울이 벌어져요. 나무는 추울 적에 가지 끝으로 움틔워요. 잘린 가지에 걸터앉습니다. 눈을 감아요. 꽃내음이 향긋이 실려옵니다. 가라앉은 마음이 붕 떠오릅니다. 머리맡에 까치가 노래하고 흙바닥에 신발 미끄러지는 소리, 공을 치는 사람 소리가 들립니다. 바람이 더 살랑입니다. 움츠리다가 옷을 여밉니다. 잎망울은 움츠리지 않네요. 겹으로 여민 꽃잎을 보아요. 핀 날보다 움츠린 날이 깁니다. 잎망울이 터지면 벌은 봄을 데리고 와요. 나뭇가지가 바르르 떱니다. 잎망울이 떨고 꽃잎도 떨어요. 봄은 떨리면서 열리나 봐요. 잎망울처럼 설레며 봄을 기다립니다.


2024. 2. 22.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