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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말씨 손질하기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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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천성이라는 것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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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天性) : 본래 타고난 성격이나 성품 ≒ 자성·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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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다고 할 적에는 ‘타고나다’라 합니다. 타고나기에 ‘내림·내리다’나 ‘물림·물리다’라 해요. 이때에는 ‘밑·밑동’이 어릴 적부터 고스란하다는 뜻입니다. 일본말을 옮김말씨로 잘못 옮긴 보기글입니다. “무엇이 있지”로 고쳐쓸 얼거리인데, “타고난 버릇이 있지”나 “물려받은 매무새이지”보다는 “내림이지”나 “내려받았지”나 “타고났지”처럼 단출히 고쳐씁니다. ㅅㄴㄹ

천성이라는 것을 갖고 있지

→ 내림이지

→ 밑동이 있지

→ 타고났지

《YAWARA!(야와라) 9》(우리사와 나오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0) 110쪽

 

 

ㄴ. 소망의 크고 작음 분별 것 자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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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所望) : 어떤 일을 바람. 또는 그 바라는 것

분별(分別) : 1. 서로 다른 일이나 사물을 구별하여 가름 2. 세상 물정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 ≒ 분변(分辨) 3. 어떤 일에 대하여 배려하여 마련함 4. [화학]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여 있는 혼합물을 물리적·화학적 성질의 차이를 이용하여 차례차례 단계적으로 분리함

자체(自體) : 1. (다른 명사나 ‘그’ 뒤에 쓰여) 바로 그 본래의 바탕 2. (주로 명사 앞에 쓰이거나 ‘자체의’ 꼴로 쓰여) 다른 것을 제외한 사물 본래의 몸체

불가능(不可能) : 가능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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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크거나 작다고 가를 수 없어요. 모두 다르게 품는 꿈입니다. 마음이 작거나 크다고 금을 그을 수 없지요. 이 모습도 저 빛깔도 모두 다르게 마음이에요. 함부로 재거나 따지지 않는 꿈이고 마음입니다. 섣불리 판가름하지 않는 우리 숨결입니다. 할 수 없으니 할 수 없어요. 하지 않거나 없으니, 하지 않거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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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크고 작음을 분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 꿈이 크거나 작다고 가를 수부터 없다고도 생각한다

→ 마음이 크고 작다고 그을 수부터 없다고도 생각한다

《단어의 집》(안희연, 한겨레출판, 2021) 16쪽

 

 

ㄷ. -의 고마움 -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한글이기에 우리말씨이지 않습니다. 한자말이나 영어를 안 넣었어도 ‘-의’를 함부로 넣거나 “-고 있다”로 끝맺으니 일본말씨요 옮김말씨입니다. 우리말씨로는 “물의 고마움”을 임자말로 안 삼습니다. 임자말은 “물이”로 적어야지요. 또는 “(내가 이렇게) 고마운 물을”이나 “(내가) 물을 고맙게”로 적어야지요. 우리말씨로는 ‘내가·우리가’를 흔히 안 씁니다. “물이 새삼스레 고마운데”로 보기글을 손질할 적에도, 곰곰이 보면 “(우리는) 물이 새삼스레 고마운데”나 “(나는) 물이 새삼스레 고마운데”처럼 ‘내가·우리가’를 굳이 안 넣은 얼거리라고 여길 수 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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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고마움 새삼 느끼고 있는데

→ 고마운 물을 새삼 느끼는데

→ 물이 새삼스레 고마운데

《노래는 최선을 다해 곡선이다》(함민복, 문학동네, 2019) 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