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겨레소리 숲노래 글님 ]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ㄱ. 풀칠 검사 통과 합격
풀칠(-漆) : 1. 종이 따위를 붙이려고 무엇에 풀을 바르는 일 2. 겨우 끼니를 이어 가는 일 ≒ 풀질
검사(檢査) : 사실이나 일의 상태 또는 물질의 구성 성분 따위를 조사하여 옳고 그름과 낫고 못함을 판단하는 일
통과(通過) : 1. 어떤 곳이나 때를 거쳐서 지나감 2. 멈추었다가 가도록 예정된 곳을 그냥 지나침 3. 검사, 시험, 심의 따위에서 해당 기준이나 조건에 맞아 인정되거나 합격함 4. 제출된 의안이나 청원 따위가 담당 기관이나 회의에서 승인되거나 가결됨 5. 장애물이나 난관 따위를 뚫고 지나감
합격(合格) : 1. 시험, 검사, 심사 따위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 어떠한 자격이나 지위 따위를 얻음 2. 어떤 조건이나 격식에 맞음
우리말을 담는 그릇인 한글입니다. 한글은 무슨 소리이든 담습니다. 새나 개구리가 들려주는 노래도, 바람하고 바다가 베푸는 노래도 담고, 이웃나라 말도 담습니다. 한글로 적어 놓기에 우리말이지 않습니다. 우리 삶을 우리 스스로 살펴서 우리 숨결을 담아서 여밀 적에 우리말입니다. 보기글처럼 ‘풀칠 + 검사 + 통과 + 합격’ 같은 얼거리는, 무늬만 한글인 일본말씨입니다. 이제는 이런 일본말씨를 털고 씻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풀칠 검사만 통과하면 합격이에요
→ 풀만 잘 바르면 돼요
《오리 돌멩이 오리》(이안, 문학동네, 2020) 29쪽
ㄴ. 전답 각종 갖고 있다 우환 중
전답(田畓) : 논과 밭을 아울러 이르는 말 = 논밭
각종(各種) : 온갖 종류. 또는 여러 종류 ≒ 각색·각가지
농기계(農機械) : [농업] 농사짓는 데 쓰는 기계. 경운기, 탈곡기, 농약 살포기 따위가 있다 ≒ 농기·농업기계
우환(憂患) : 1. 집안에 복잡한 일이나 환자가 생겨서 나는 걱정이나 근심 ≒ 환우 2. 몸의 온갖 병 = 질병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논이면 ‘논’이고, 밭이면 ‘밭’입니다. 논밭을 아우르면 ‘논밭’입니다. 논밭을 짓는 땅에서는 ‘흙살림’을 합니다. 흙에 씨앗을 심고서 가꾸기에 흙살림이요, 흙을 가꾸는 연장도 흙살림이라 일컫습니다. 근심을 하니 ‘근심’이고, 걱정을 하니 ‘걱정’이에요. 우리말은 “근심하다”나 “걱정하다”요, 힘줌말로 “근심이 가득하다”나 “걱정이 크다”입니다. ㅅㄴㄹ
마을에서 가장 많은 전답과 각종 농기계를 갖고 있다는 최광근 씨는 우환 중이었다
→ 마을에서 논밭과 흙살림이 가장 많다는 최광근 씨는 근심이 가득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박영희, 우리교육, 2009) 96쪽
ㄷ. -ㄴ 게 많았던 나는 관련된 시작
관련(關聯/關連) :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 또는 그 관계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우리말씨로도 ‘나는’을 글 사이에 넣을 수 있습니다만, “궁금한 게 많았던 + 나는”은 얄궂습니다. “-ㄴ 게 많았던”부터 옮김말씨라서, “무척 궁금해서”나 “잔뜩 궁금해서”처럼 손볼 노릇입니다. 이렇게 손보고 나면, ‘나는’은 저절로 앞자락으로 갑니다. 책은 새를 다루기도 하고, 풀꽃을 다루기도 합니다. “새를 다룬 책”이요, “새를 풀어낸 책”이요, “새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보기글은 “읽기 시작했어”라 맺습니다만, 옮김말씨이자 일본말씨예요. “읽었어”로 끊어야 우리말씨입니다. ㅅㄴㄹ
궁금한 게 많았던 나는 새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어
→ 나는 무척 궁금해서 새를 다룬 책을 찾아 읽었어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정다미, 한겨레아이들, 2018) 5쪽